증권 증권일반

자금경색 전방위 확산… 증권사, PF 올스톱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8 18:23

수정 2022.11.08 18:23

부동산 보증 줄여 리스크 차단
ABCP 거래 사실상 사라진 상황
흥국 콜옵션 번복으로 신뢰 하락
기업들 해외 자금조달도 난항
자금경색 전방위 확산… 증권사, PF 올스톱
'돈맥경화'가 금융시장 전반을 덮치고 있다. 주택 미분양 증가로 부동산 금융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발(發)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여의도 증권가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 수요가 급격히 위축돼 부동산 리스크가 증권사로 번질 가능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증권사들은 PF 유동화증권 보증을 줄이면서 PF 유동화증권 규모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일 기준 PF 유동화증권 잔액은 47조2395억원이다. 레고랜드 ABCP가 디폴트 나기 직전인 지난 9월 30일 50조7051억원 대비 3조원 넘게 감소했다.


PF 유동화증권은 월말잔액 기준 50조~51조원 규모를 오갔으나 레고랜드 사태 이후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만기가 도래한 물량에 대해 차환이 아닌 현금상환으로 대응하는 건수가 늘어난 결과다. 부동산 PF시장은 사실상 중단상태다. 한 증권사 운용역은 "유통시장에서 리스크가 비교적 큰 중소형 증권사들이 보증한 ABCP는 거의 거래가 어려운 상황으로 거래절벽 상태"라고 전했다.

이러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경색은 전체 유동화증권 시장은 물론 회사채,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번졌다. 실제로 유동화증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는 유동화증권 금리가 몇 달 전 대비 수배로 뛴 채 거래됐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 미분양 증가로 부동산 금융 우려가 높아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레고랜드 ABCP발 충격이 신용시장 전반의 탠트럼(발작)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CP시장과 우량자산인 단말기 할부 ABS시장도 경색됐다"면서 "증권사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한 신용채권 투매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CP 91일물 금리(A1·민평평균)는 4.98%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안증권 91일물도 3.333%로 연중 최고치다. 주요 단기채 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자금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국내 자금시장이 경색되다 보니 금융당국은 국내 기업들에 해외자금 조달을 권고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흥국생명의 5억달러 규모 외화채권 조기상환(콜옵션)이 실패하면서 한국 기업이 발행한 외화채권에 대한 투자심리 역시 급격히 식었기 때문이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 성격이지만 5년 내 조기상환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기업들이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할 것으로 믿고 있어 투자자들은 신종자본증권을 사실상 5년채로 인식하고 투자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포기함으로써 투자자들은 영구채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인한 셈이다.
콜옵션 포기 파급이 커지자 흥국생명은 부랴부랴 예정대로 9일 조기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급한 처방전이 시장의 신뢰도를 원상복구할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국내 자금경색이 내년 하반기에야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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