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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백기사'의 몰락..가상자산 혹한 이어지나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9 16:10

수정 2022.11.09 16:10

FTX CEO인 샘 뱅크맨 프라이드.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사진=뉴스1
FTX CEO인 샘 뱅크맨 프라이드.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유동성 부족 사태에 내몰린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 인수를 추진하고 나서자 전 세계 가상자산 업계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가상자산 혹한기' 속에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던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가 한 순간에 몰락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FTX가 발행하는 FTX토큰(FTT) 가격이 80% 이상 폭락한 것과 관련, ‘제2의 루나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FTX 유동성 위기에 수일만에 무너진 '크립토 백기사'
장펑차오 바이낸스 대표는 9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심각한 유동성 부족 사태에 직면한 FTX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며 "투자자 보호 취지에서 FTX닷컴을 전량 인수하는 내용의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CEO 역시 "FTX닷컴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투자자는 동일 주체"라며 "바이낸스와 전략적 거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 발표는 FTX가 '유동성 위기는 루머일 뿐'이라고 반박한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다.
FTX는 최근 관계사인 알라메다의 재정 부실설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지난 2일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를 입수해 자산의 대부분이 FTT로 채워져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FTX가 FTT를 발행하면 알라메다가 대부분 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두 회사의 재정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FTX와 알라메다는 모두 뱅크먼 프리드 CEO가 창업한 회사다. 이런 상황에서 FTX와 경쟁 관계에 있던 바이낸스가 결정적 한 방을 날렸다.

자오창펑 대표는 보도가 나온지 5일 만인 이달 7일 바이낸스가 보유한 FTT를 모두 팔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결정은 "최근의 폭로에 따른 것"이라며 FTX와 알라메다의 코인 거래 구조를 겨냥했다. 이 발표로 FTX에서 뱅크런이 벌어지자 뱅크먼 프리드 CEO는 "거짓 루머"라며 반발했으나 FTX의 유동성 경색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뱅크먼 프리드는 자오창펑에게 백기를 들었고, 이날 바이낸스는 FTX 인수 추진을 발표했다.

가상자산 커뮤니티에서는 며칠 새 뱅크먼 프리드 CEO이 추락했다는 사실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며 '백기사'를 자처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FTX의 벤처캐피털인 FTX벤처스는 앱토스랩스, 메사리, 스카이마비스, 레이어제로, 유가랩스, 1인치네트워크 등 다수 가상자산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전반 취약성 우려 심화
이번 인수 발표 이후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은 일시 반등했다가 인수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낙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인수 발표 직후 급반등하며 한때 2만달러를 회복했다가 1만7000달러 선까지 미끄러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가상자산들의 총 시가총액은 1조3000억달러에서 9150억달러로 11% 이상 감소했다.

자오창펑 대표는 이번 인수 추진과 관련 "구속력이 없는 투자의향서"라며 "매우 역동적인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언제든 거래에서 손을 뗄 재량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크립토컴페어는 "자오창펑이 인수 거래에서 손을 뗄 경우 여전히 (FTX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로 올해 초 320억달러 몸값을 평가받았던 FTX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사실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구조적인 취약성과 불안정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전 집행 변호사인 존 리드 스타크는 "가상자산 죽음의 소용돌이는 순식간에 시작될 수 있으며 매우 임박한 것처럼 보인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 하락세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크립토컴페어는 "올해 비트코인이 사상 최악의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며 "과거 약세장과 비교했을 때 비트코인은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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