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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여성 이사의무화제도에 대한 오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09 18:09

수정 2022.11.09 18:09

[fn광장] 여성 이사의무화제도에 대한 오해
금년 8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에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가 도입되었다. 2년 전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서 시행된 것이다. 벌칙조항도 없이 기업의 자율에 맡긴 이 제도가 외관상으로는 연착륙한 것처럼 보인다. 여성 이사 비율이 법 개정보다 훨씬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여성 등기임원은 2배 증가했으나 사내 여성 이사의 수는 정체되었다.
대신 여성 사외이사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 제기하는 '여성 사외이사 1인 구색 맞추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되며, 안타깝게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기업지배구조개선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하였다.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였기에 기대가 컸다. 내용이 깊이가 있고 유익했지만, 옥에 티가 발생했다. 한 패널이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요구하는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라고 필요성을 인정하였지만 "이 제도는 여성 사외이사 1인 이상 선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시장 전문가도 잘못 알고 있었다. 발표 후 필자는 손을 들어 "저는 제도 도입을 위해 노력한 사람입니다. 이 법은 사내이사, 사외이사 가리지 않고 여성 이사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굳이 여성 사외이사로 한정하는 것은 법의 취지를 왜곡시키는 것입니다"라고 정정했다.

향후 그의 발표자료가 어떻게 수정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참석한 청중들께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알리고 싶었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에서 '여성 사외이사 교육과정'을 만든다고 했을 때 걱정했던 부분도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하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전문가도 많다. 경제개혁연구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는 기업 내 여성 임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오해는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는 여성 할당제로 오인하고 있는 점이다. 여성 할당제가 옳고 틀림을 떠나서 동 제도는 여성 할당이 아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는 '한 성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말은 전혀 없다. 단지 지금 여성의 수가 적기 때문에 여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뿐이다. 국제회계기준재단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어느 한 성을 특정하지 않고 한 성으로 다 구성할 수 없다'라고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는 다양성의 확대를 의미하며 ESG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오해는 다양성만 갖추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다양성이 조직문화의 변화로 이루어지려면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가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에 관한 기대와 오해, 우려가 엇갈리며 교차하지만, 시작조차 안한 것보다는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는 것이 낫다.
우리보다 여성 이사 할당제를 채택한 노르웨이 등 다른 나라들의 사례가 산 증거이다. 오해와 우려들은 제도가 연착륙하여 여성 임원이 증가하면 저절로 해소될 것이다.
여성 이사 의무화가 우리가 모두 염원하는 양성평등 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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