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전 포격전 못지 않은 속임수 전술 난무

뉴시스

입력 2022.11.10 11:54

수정 2022.11.10 11:54

기사내용 요약
러군 헤르손 지역 철수 발표…실제 철수 움직임은 없어
우크라군은 헤르손 공격할 듯하며 전격 하르키우 탈환

[헤르손=AP/뉴시스] 러시아군은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과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이 지난 3월부터 점령했던 헤르손에서 부분 철수하고 방어선을 재구축하기로 하면서 러시아군의 가장 굴욕적인 후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러시아 군인들이 헤르손의 자유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점령 반대 집회에 출동한 모습. 2022.11.10.
[헤르손=AP/뉴시스] 러시아군은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과 인근 지역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이 지난 3월부터 점령했던 헤르손에서 부분 철수하고 방어선을 재구축하기로 하면서 러시아군의 가장 굴욕적인 후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7일 러시아 군인들이 헤르손의 자유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점령 반대 집회에 출동한 모습. 2022.11.1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폭격과 보병전으로 중심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대를 속이려는 온갖 책략이 크게 활용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몇 주 새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발하는 혼란스러운 메시지에 경각심을 보였다. 검문소를 지키던 병사가 사라진 초소 동영상이 나돌고 행정관청에 걸린 러시아 국기가 사라진 등의 일들이다.

노르웨이국방연구재단 토르 부크폴 선임연구원은 “속임수는 오랜 전쟁 방식”이라며 러시아군 이 속임수를 특히 중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도 속임수를 활발히 사용한다.

강폭이 넓은 드니프로강 서안에 있는 러시아군은 최근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방이 지원한 정밀무기로 교량은 대부분 파괴됐고 서안에 남아 있는 병력들이 고립될 위기다.

러시아의 군과 민간 지도자들은 한 달 전부터 헤르손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군 장비를 철수하고, 시민들에게 피난하도록 지시하고, 그리고리 포템킨 왕자의 유골 등 러시아 문화 상징물들을 가져갔다. 포템킨은 제정 러시아 카트린드 대제의 애인으로 헤르손 지역을 정복한 인물이다.

포템킨의 유골을 헤르손 교회 지하 무덤에서 꺼내 가져간 것은 러시아군이 곧 헤르손이 우크라이나군에 탈환될 것으로 믿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행동으로 보였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와 정보 당국도 러시아군이 러시아 유명인 동상 2개를 가져갔으며 대대적으로 주택과 상점을 약탈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실제로는 러시아군이 추가 병력을 드니프로강 서부에 투입해 시가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부군 사령부 대변인 나탈리아 후메뉵은 “철수한다는 걸 우리가 믿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방어부대가 방어선을 치고 중화기도 발사 대비태세”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은 우크라이나군의 역정보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마이클 코프먼 CNA 군사 전문가는 지난 3일 트위터에 “헤르손 상황은 진흙탕이다. 서로 상충하는 것으로 가득하다”고 썼다. 그는 그러나 러시아군이 결국은 철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0년간 해외에 파병됐던 소련과 러시아 군대는 아무런 표시가 없는 군복을 입고 투입됐다. 1983년 소련은 레바논 전쟁 당시 시리아에 여행자를 가장한 군대를 투입했다. 이처럼 위장 전술에 매우 능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위장 작전에 오히려 크게 당했다. 지난 9월 우크라이나군은 몇 달 동안 헤르손을 탈환할 것처럼 말하다가 전격적으로 하르키우 동북부 탈환 작전을 폈다.

부크폴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철저하게 속인 건 놀라운 일”이라며 “속았다고 느낀 러시아군이 이번에 속임수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의 공개 언급을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면에 항상 다른 의도가 숨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헤르손 지역 러시아 임명 주지사 볼로디미르 살도가 드니프로강 서안에서 7만 명의 주민을 소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인근 카호우카 댐을 폭파해 침수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러시아 TV는 헤르손 주민들이 짐을 싸 배를 타고 드니프로강을 건너는 모습도 내보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시민을 무차별 폭격해 살해해온 건 러시아라고 비난했다. 며칠 뒤 러시아는 피난하지 않는 주민들을 반역자로 간주할 것이라고 위협했고 우크라이나는 한 술 더 떠 러시아가 철수하기 전 댐을 폭파하려한다고 강조했다.

미 전쟁연구소는 살도 주지사의 발언을 러시아군이 댐을 폭파한 뒤 우크라이나군 소행으로 뒤집어씌우려는 “가짜 깃발” 작전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최전선의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은 러시아의 공개 발언과 일치하는 상황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군은 한술 더 떠 드니프로강 러시아군 부교를 자주포 사정거리에 두는 지점까지 전진할 것이라고 공개 천명했다. 그러나 곧 공격할 것이라고는 하지 않고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처럼 양측 군 지휘관들의 발언만으로는 실체를 알기가 어렵다.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 참전 러시아군 총사령관은 지난 달 “헤르손 상황이 나빠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장이 러시아군이 “자기들이 물러간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정반대로 그들은 새 부대를 배치해 시가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가 9일 헤르손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하기 직전까지는 헤르손 지역 주민 이호르에 따르면 소총을 든 군인들이 올라 탄 장갑차가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는 군인들이 전자상점과 민간 아파트에서 가전제품을 약탈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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