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영화

'폴: 600미터' 고공 서바이벌이 선사하는 아찔한 체험 [시네마 프리뷰]

뉴스1

입력 2022.11.11 14:00

수정 2022.11.11 14:00

'폴: 600미터' 스틸컷
'폴: 600미터' 스틸컷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600m 상공, 사람 두 명이 간신히 앉을 수 있는 공간에서 고립됐다. 육안으로 땅이 보이지도 않는 아득한 거리, 광활한 사막에 놓인 이들에게 탈출의 희망이 있을까. 영화 '폴: 600미터'(감독 스콧 만)는 내려갈 길이 끊겨버린 600m TV 타워 위에서 두 명의 친구가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상 최초의 고공 서바이벌이다. '47미터' 제작진이 만든 또 다른 서바이벌 영화다.

등반 사고로 연인을 잃고 1년 가까이 실의에 빠진 베키(그레이스 캐롤라인 커리 분)는 절친인 헌터(버지니아 가드너 분)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듣는다.

캘리포니아주 사막에 버려져 있는 TV 중계탑에 올라가자는 것. 베키는 불안감을 안고 있지만 제안을 받아들이고 따라간다. 인플루언서인 헌터는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고, 중계탑 입구에 있던 동물의 사체를 찍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두려움에 지지 말라"며 베키를 다독이는 헌터는 거침없이 중계탑을 오르기 시작한다. 베키도 마침내 마음을 굳게 먹고 사다리를 붙잡고 오른다. 오래된 TV 중계탑은 녹슨 철제 구조물과 헐거워진 나사들이 불안감을 조성하지만, 두 여성은 마침내 600미터 꼭대기까지 오른다.

성인 여자 두 명도 간신히 앉을 장소에서 두 사람은 팔의 힘으로 허공에 매달리는 등 과감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도 잠시, 베키가 탑을 내려가기 위해 먼저 사다리에 발을 디디자마자 나사가 빠진 사다리는 결국 붕괴되고 내려갈 길을 잃게 된다. 설상가상 이 충격으로 베키는 허벅지에 큰 부상을 입고, 물과 드론이 든 가방도 수십 미터 아래 안테나에 걸려있는 상황이 된다. 가까스로 베키는 꼭대기에 올라왔지만 내려갈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등산용 줄은 겨우 15m로 너무 짧고, 600m라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다. 꼭대기에 있는 비상용품은 고작 조명탄과 망원경이 전부인 상황에서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댄다.

'폴: 600미터'는 스릴감을 조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불안한 요소들을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TV 중계탑에 오르기 전 악몽을 꾸는 베키의 모습, 영상을 찍느라 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두 사람, 녹슨 철제 구조물과 나사가 빠진 사다리들을 보며, 조난당할 이들의 미래를 짐작케 한다. 600m에서 내려다보는 모습도 긴장감을 더한다. 밑이 쉽게 보이지도 않는, 아득한 거리감을 실감 나게 조성해 관객들도 절로 고소공포증을 느끼게끔 한다. 실제 제작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월넛 그로브에 위치한 625m 짜리 TV 송신용 타워를 모델로 30m 철탑을 만들었고, 두 배우는 대역 없이 이를 소화했다.

여기에 영화는 단순히 고립된 두 여성의 이야기로만 끌고 가지 않는다. 베키와 헌터 사이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이 600m 상공에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반전 요소들은 고립되어 있던 두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더욱 흔들리는 요소로 작용해 불안감을 더하기도 한다.

'47미터' 제작진들은 바다 아래 47m라는 장소에서 지상 600m로 장소를 옮겼다. 바다에서는 상어가 어슬렁 거리고 산소가 부족했다면, 이번에는 독수리가 이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폭풍우까지 들이닥친다. 베키와 헌터는 갖가지 방법을 고안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관객들은 이들의 탈출기를 보며 탄식을 하기도 하고,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이렇게 러닝타임 내내 쉴 새 없이 달렸지만, 어쩐지 엔딩은 조금 싱겁다.
그럼에도 영화는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강렬한 체험을 완벽하게 선사한다.

오는 16일 개봉. 러닝타임 10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