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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서머스 "FTX, 리먼 아닌 엔론 사태와 유사"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2 09:53

수정 2022.11.12 11:55

【다보스=AP/뉴시스】미국의 래리(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2017년 1월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포럼의 패널에서 말하고 있다. 2017. 1. 18. /사진=뉴시스
【다보스=AP/뉴시스】미국의 래리(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2017년 1월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포럼의 패널에서 말하고 있다. 2017. 1. 18.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결국 파산 신청을 한 가운데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이번 사태가 미국 사상 최대 금융 사기 사건으로 꼽히는 '엔론 사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 "많은 사람들이 FTX 사태를 리먼브러더스에 비교하는데 나는 이를 엔론에 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재정적 오류가 아니라 사기의 냄새가 난다"며 "엄청난 부의 폭발이 일어났으며 아무도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엔론 사태는 미국 기업사를 뒤흔든 최악의 회계 부정 사건으로 꼽힌다.


파산 전까지 엔론은 약 2만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2000년 매출 1110억 달러를 달성한 세계 주요 전기, 천연 가스, 통신 및 제지 기업 중 하나였다. 미 경제전문매체 포춘지는 엔론을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했다.

엔론은 부실한 재정상태가 일상적이며 체계적이고도 치밀하게 계획된 방식의 회계부정으로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001년 12월 2일 파산했다.

엔론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미국의 거대 회계법인이었던 아서앤더슨은 금융당국으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미국 회계업계가 '빅5'에서 '빅4'로 재편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은 엔론 사태가 벌어진 이듬해 사베인즈옥슬리 법안을 제정했다. 엔론 같은 거대 기업의 회계 부정이 사회에 끼칠 피해를 막고자 발의한 법안으로 미국이 회계 개혁에 나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반면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세계 4위 투자은행(IB)이었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사상 최대 사건으로 꼽힌다.

공격적인 IB 영업으로 주목받던 리먼브러더스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2008년 9월 15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같은 날 투자은행 메릴린치도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헐값에 매각됐다.

자본주의 심장인 뉴욕 월가에서 미국 4대 투자은행 중 두 곳이 동시에 무너지자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서머스 전 장관은 "FTX의 몰락은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한 복잡성보다는 고전적인 금융 사기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규제당국은 회계 관련 두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및 국가 차원에서 모두 문제를 추적하는데 도움이 될 포렌식 회계사가 더 필요하고 ▲회사 재정 관리 책임자들을 매년 1~2주 정도 휴가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그렇지 않을 경우 재정 관련 불법 행위에 연루된 경영진들이 문제를 비밀에 부치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동성 위기에 시달린 FTX는 이날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FTX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 델라웨어주의 한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인수 의사를 밝힌지 하루 만에 철회한 뒤 FTX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FTX가 제출한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FTX의 부채는 100억~500억달러로 가상자산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FTX에 대한 채권자는 10만명이 넘는다.

샘 뱅크먼 프리드 전 FTX 최고경영자(CEO)는 “오늘 자발적으로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했다”며 “여기까지 오게 돼 정말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어 “파산보호 절차가 어느 정도의 투명성과 신뢰, 지배구조를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더 좋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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