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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중견기업 '월드베스트'를 향하여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3 18:19

수정 2022.11.13 18:19

[차관칼럼] 중견기업 '월드베스트'를 향하여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충분히 칭송받을 자격이 있는데도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영웅을 일컫는 단어다. 대표적 '언성 히어로'로 박지성 선수가 손꼽힌다. 박지성 선수는 2005년부터 7년간 세계 명문 축구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호날두, 루니와 같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어 박지성 선수가 팬들에게 주목받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감독, 동료 등으로부터는 누구보다 중요한 선수로 인정받아 2020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대 최고의 '언성 히어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우리 산업에도 '언성 히어로'가 있다.
바로 중견기업이다.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각 전문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기업군이다. 기업 수는 전체 기업의 1.4%에 불과하나 수출의 18%, 고용의 14%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기도 하다.

중견기업은 마치 박지성 선수가 강팀과의 경기에 중용되어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맹활약했던 것처럼 위기일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중견기업들은 대기업보다 2배 이상 빠른 성장세를 시현하며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조기 극복에 기여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3대 규제품목이던 불화수소와 극자외선(EUV) 레지스트를 가장 먼저 국산화한 것도 중견기업이다.

정부도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0년부터 중견기업 육성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중견기업법' 제정 등으로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성장걸림돌 제도도 꾸준히 개선했다. 성장잠재력 높은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월드클래스 300' 등의 지원사업도 추진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중견기업 수가 2배 이상 확대되는 성과를 창출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중견기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 성장사다리 강화는 국정과제의 주요 실천과제로 반영됐으며,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혁신, 세제개편 등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주는 역대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 최초로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해 연구개발(R&D)·금융·마케팅 등 패키지형 지원, '중견기업법' 상시법 전환 등을 통해 세계시장을 선도하려는 중견기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중견기업 주간'을 맞아 디지털 전환, 해외진출, 인수합병(M&A) 등 중견기업의 혁신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행사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연내 '새 정부 중견기업 성장 지원전략'을 수립해 고속성장 성공모델 발굴, 대규모 민관합동펀드 조성 등 중견기업 성장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지난 5월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명실상부 '월드베스트' 선수로 등극했다. 이는 손흥민 선수의 피나는 노력과 세계 최고 무대에서 선구자로 토대를 다진 박지성 선수의 도전이 함께 어우러져 달성한 성과였다.
우리 중견기업들도 끊임없이 혁신하고 과감히 도전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월드베스트' 기업이자, 중소기업에 성장의 길을 밝혀주는 '롤모델'로 거듭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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