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커피+베이글이 2만원…뉴욕의 '美친 환율' 체험기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5 05:00

수정 2022.11.15 05:00

달러 강세로 미국 여행 경비가 더 부담스러워졌다. 뉴욕 맨해튼 일대의 커피 한잔 값이 원화로 환산하면 8000~9000원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달러 강세로 미국 여행 경비가 더 부담스러워졌다. 뉴욕 맨해튼 일대의 커피 한잔 값이 원화로 환산하면 8000~9000원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스타벅스 라떼를 지금 9000원에 먹은 거야?"
8일(현지시간) 방문한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한 스타벅스 매장. 라테 가격은 6.26달러를 가리켰다. 그것도 가장 작은 사이즈가 그랬다.


부자 동네에 있는 유명 카페 랄프 커피(Ralph Coffee)의 라테 가격도 5달러 선이었는데, 한 블록 건너 하나씩 있는 스타벅스 커피값이 이렇다니, 비싸긴 비싸다.

원·달러 환율을 적용하니 눈이 더 커진다. 6달러면 7000원 대였던 시절을 지나 이제 9000원인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 여행 체감 환율은 '1달러=1500원'

1년 전만 해도 1200원을 넘지 않았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치솟았다. 급기야 지난 9월엔 2009년 이후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지금은 꺾이긴 했지만, 연내 1500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한때 힘을 받았다.

올해 들어 달러화 자체가 15%가량 오른 것과 동시에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3% 정도 약세를 나타내 주요 신흥국 중 큰 폭의 통화가치 하락을 보였다. 미국 인플레이션 자체가 심화한 데다 두 효과가 합쳐지니 체감 원·달러 환율은 폭탄에 가까웠다.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원·달러 환율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뉴스로만 접했던 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를 피부로 체감한 건 미국 입국 시 필수인 이스타 비자를 발급 받으면서다.

해외 결제 시 무조건 3% 캐시백이라는 혜택을 제공해 해외여행족에게 필수템이 된 토스뱅크 체크카드를 이용해 21달러를 결제했다.

결제 승인과 동시에 3만1337원이라는 메시지가 왔다. 21달러가 2만 얼마가 아니었다. 말로만 듣던 고환율이 바로 와 닿았던 순간이다. 토스뱅크 체크카드의 건당 해외결제수수료 1024원을 제외하더라도 3만원이 넘어버린 숫자였다.

환율 충격은 순간순간 계속됐다.

뉴욕의 아침을 장식한 향긋한 모닝커피와 직접 구운 베이글도 그랬다. 고작 '커피'와 '빵'을 샀을 뿐인데 11달러~15달러. 우리 돈으론 1만원 대가 아니라 2만원에 육박한다. 간단한 아침이 비즈니스호텔 조식급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블루보틀에서도 라떼 2개를 주문하고 13.06달러를 지불했다. 우리 돈으로 1만7457원. "커피 한 잔이 1만원"이라던 현지 거주자의 조언이 과장이 아님을 비로소 느꼈다.

지하철 편도 5000원 '악소리' 나는 물가

지하철 물가는 더 놀랍다. 편도 2.75달러로 끽해야 3000원대였던 일방향 지하철 요금은 4700~5100원이 됐다.

택시보다 저렴한 교통수단을 표방해 등장한 우버는 택시 가격을 이미 뛰어넘었다. 5년 전 20달러대였던 가격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40달러 대로 올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매직이 더해지자 '한 번 이동=10만원'이 공식처럼 될 정도다.

타임스퀘어의 명물인 이치란라멘은 한 그릇에 30달러도 하지 않았지만, 한국 돈으론 4만원 이상이다. 두 그릇을 먹고 56.40달러를 지불했는데 영수증엔 8만원이 넘게 찍혔다. 김치찌개 한 그릇에 4만원이라던 유럽 어느 나라의 얘기를 듣다 충격받았던 그 물가 수준이 지금 미국에서 형성돼 있다.
일행들은 "원·달러 환율이 아무리 올랐어도 1달러가 1500원인 세상은 어색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 보니 주재원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달러로 월급을 받는 회사와 원화로 받는 회사 간에 많게는 30% 이상의 임금 차이가 난다는 것. 다만 현지 물가 역시 너무 올라서 사는 건 어차피 비슷하다고 주재원들은 전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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