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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증시 충격 우려되는 금투세 시행 유예가 맞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4 18:04

수정 2022.11.14 18:04

1400만 동학개미는 도입 반발
정부 유예에 야당은 시행 맞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열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증시가 폭락하고 국민연금 고갈,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한투연 측의 주장이다.(한투연 제공)/사진=뉴스1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열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증시가 폭락하고 국민연금 고갈,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한투연 측의 주장이다.(한투연 제공)/사진=뉴스1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연기를 놓고 여야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맞서고 있어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금투세는 2020년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여야가 합의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2년 연기하자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투세법에 따르면 주식과 펀드,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 초과분의 20%를 금투세로 내야 한다. 투자자로서는 적지 않은 세금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합의한 세법이지만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을 고려해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가가 크게 떨어졌는데 세금을 물지 않으려고 올 연말에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유예하면 1% 정도의 극소수 고액투자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부자감세'라고 주장한다.

갑론을박이 계속되면서 이래저래 투자자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올해가 한달 반밖에 남지 않았는데 투자자들은 법 통과가 결정되지 않는 바람에 매도 여부, 매도 시기를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단체는 지난 13일 오후 민주당사 앞에서 유예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유독 개인투자자가 많아 1400만명을 헤아린다. 개인투자자들이 이 법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과세유예를 촉구하는 주장에도 이유가 충분히 있다. 주된 과세대상자가 되는 소위 '큰손'들이 세금을 겁내 외국으로 빠져나가면 증시가 타격을 받아 소액투자자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유출을 불러 조금 안정을 찾아가는 환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기도 하다.

선진국들도 금투세와 비슷하게 주식에 양도세를 과세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주식투자를 재테크만이 아니라 생계수단으로 삼는 개인 전업 투자자도 많다. 정작 거액투자자인 외국인들에게는 금투세법을 적용하지 않아 과세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나고 자국민 역차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증권거래세가 줄어들어 '초단타 매매'가 빈번해지면서 증시 불안감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할 때 부자감세라는 야당의 주장은 옳지 않다. 시행을 늦추는 게 맞다고 본다. 1989년 주식양도세를 부과하려다 증시가 40%나 폭락하는 사태를 겪고 시행 1년 만에 폐지한 대만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만은 이 사태로 재무장관이 사과하고 사퇴하는 파동을 빚었다. 야당은 일단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시행을 유예하자는 데 동의하기 바란다.
그런 다음 여론을 더 청취하고 외국 사례를 참조해서 세율을 다시 조정하거나 법안을 아예 백지화하는 방안까지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