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외풍 부는 금융권… 금감원장 "CEO 선임, 투명하게 하라"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4 18:17

수정 2022.11.14 18:17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손태승 징계 놓고 '현명한 판단' 등 잇단 인사관련 발언으로 업계 긴장
낙하산 포석 우려에 분위기 뒤숭숭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임기가 만료되는 최고경영자(CEO) 신규 선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0일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이 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요구한 지 며칠 만에 또다시 인사 관련 발언이 나오면서 금융업계는 관치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복현 "손태승 언급, 외압 아냐"

이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회에서 금융사 지배 구조의 핵심 축인 이사회와 경영진의 구성·선임과 관련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사외이사가 특정 직군이나 그룹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고 사외이사 임기도 과도하게 겹치지 않게 함으로써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독립성 제고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 신한금융 CEO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정치권 로비를 통한 연임 시도, 정부나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 가능성 등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다.
손태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각각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손 회장의 경우 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손 회장이 중징계를 받자, 이 원장은 최근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손 회장의 징계 불복 소송과 연임 도전에 사실상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외압이라든가 특정 임무를 염두에 두고 한 것들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든가 여러 가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좋은 판단을 했으면 한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CEO 선임 절차와 관련해 이사회 의장들에 강조한 메시지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은 CEO 선임 등에 절대로 구체적인 개입을 할 생각이 없으니 이사회가 통제해야 할 문제이고 절차의 투명성, 합리성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치 인사·논공행상 우려"

하지만 업계는 본격적인 관치 인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5월 정권 출범 초기부터 교체 대상으로 심심치 않게 정권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을 매각하고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곤 하지만 우리금융은 NH농협금융과 함께 늘 정치권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던 자리다.

우리금융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KB나 신한은 주주의 70% 가량이 외국인 지분으로 정권이 회장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NH농협금융이나 우리금융의 경우는 결국 다시 관료 출신의 '정권 사람'을 보내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 금융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은 징계 불복 소송을 검토하고 있지만 전방위 압박 탓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의 경우 전형적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BNK금융지주 회장의 경우는 오래전부터 전 정권 사람이라는 딱지가 있었다"면서 "같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미는 사람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경남권 최대 금융지주이다보니 '텃밭'에서도 노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박소연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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