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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업실리콘밸리] 금문교의 칼바람, 빅테크의 해고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5 18:05

수정 2022.11.15 18:05

[왓츠업실리콘밸리] 금문교의 칼바람, 빅테크의 해고
금문교(골든게이트브리지)는 샌프란시스코와 베이에어리어를 통칭하는 실리콘밸리를 상징한다. 태평양과 맞닿은 골든게이트해협을 가로지르며 샌프란시스코와 북쪽 맞은편의 마린카운티를 금문교가 연결한다. 사진 속의 찬란한 태양과 2.8㎞ 길이의 주황색의 아름다운 이 다리를 보러 연간 100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를 찾는다.

금문교를 감상하기 좋은 위치는 시간대별로 다르다고 한다. 오전에는 금문교 아래쪽, 특히 동쪽 해안가에서 금문교를 봐야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오후에는 마린카운티 쪽의 조망대에서, 저녁에는 서쪽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볼 때 금문교가 가장 아름답다고 전해진다.


사진으로만 금문교를 담지 않고 금문교를 직접 횡단하는 사람도 꽤 있다. 2.8㎞의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너려면 1시간가량이 걸린다. 사진으로 보면 너무나 아름답지만 현장에서 직접 금문교를 경험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똑같다. 금문교의 날씨가 너무 춥다는 것이다. 태평양과 맞닿은 금문교의 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금문교의 칼바람은 기온이 30도를 넘는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끼게 한다. 추위를 타지 않는 사람들조차 긴팔 옷을 찾게 만든다. 동절기의 금문교 바람은 말할 것도 없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섭다.

금문교의 칼바람 같은 냉기가 실리콘밸리를 덮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바람이 거세지면서다. 일부 빅테크들은 신규 인력채용 동결에 멈추지 않고 직원 1만명 이상을 해고하는 등 매서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이 대표적이다. 메타는 디지털 광고시장 둔화 속에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 1만1000명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대규모 직원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슬픈 순간"이라고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메타는 구조조정을 되돌릴 수 없는 처지다.

세계 최대 상거래기업 아마존도 감원에 동참했다. 신규 인력채용 중지를 밝힌 지 얼마 안돼서다. 아마존은 약 1만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1만명 구조조정은 아마존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여기에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정규직원의 50% 정도인 3700명을 해고하고, 4000명 넘는 계약직까지 총 8000명의 직원을 줄이면서 실리콘밸리 일대 분위기는 초상집 같다.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애플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신규 고용을 하지 않기로 방향을 정하면서 영원히 따뜻할 것 같았던 실리콘밸리의 고용시장은 한겨울 금문교에서 맞는 바람처럼 차갑다.

혁신으로 찬사를 받던 빅테크들도 결국 경기침체에 뚜렷한 묘수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이들 빅테크의 인력조정이 단순 감원일지 핵심사업 강화를 위한 재배치일지 말이다. 빅테크들은 자신들만의 혁신과 거기에서 탄생된 강점이 지금의 위치를 만들었다고 강조해왔다.
바로 지금이 빅테크들의 위기대응 능력을 감상할 때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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