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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 북핵·관계 개선 두고 '동상이몽'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5 20:27

수정 2022.11.15 20:27

[발리=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2.11.14. yes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발리=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2.11.14. yes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발리(인도네시아)=서영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중국 측의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은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평소와 같이 역내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으나, 시 주석은 한중이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실서와 대중국 견제 전략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15일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에서 시 주석과 취임 후 첫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북한 핵 위협 언급에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며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중국 측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의 이같은 반응은 지난 14일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과 유사하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시 주석에게 그들(중국)이 북한에게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반면, 시 주석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밤 중국 외교부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으나 북한의 핵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도 선제 조건을 걸었다. 시 주석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지향점에서도 시각 차이가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라며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는데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한중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동남아 순방 기간 발표했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한미일 정상의 공동선언문과 궤를 같이 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에는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표현이 들어가 있는데, 그간 미국 등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해화 시도 같은 확장정책을 비판할 때 써온 외교적 수사다.

한미일 정상들의 공동선언문에는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음',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중국이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는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일대에 대한 영유권 주장 등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를 의식하듯 다자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 측과 함께 중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G20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다자주의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실서와 대중국 견제 전략에 한국이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비판하는 의미로 읽힌다.
따라서 한중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한중관계에 걸림돌이 될 암초도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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