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시간 늦을까 불안" 수능 당일 수험생 긴급 수송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7 10:42

수정 2022.11.17 10:43

경찰·자율방범대·모범운전자연합회 등 배치
방범대 안내에 따라 25명 수송
운전자, 고사장 위치 몰라 혼란 있기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7일 오전 7시39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한 수험생이 긴급수송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사진=노유정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7일 오전 7시39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한 수험생이 긴급수송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수험생이예요. 수험생!"
17일 오전 7시 33분께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6-1번 출구 부근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나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는 이날 수험생 긴급수송차량을 지원하는 자율방범대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안경을 끼고 후드티 모자를 푹 눌러쓴 여학생이 방범대의 손에 이끌려 서둘러 차량으로 이동했다. 왕십리역 인근에는 서울 성동경찰서와 관내 자율방범대, 택시 모범운전자연합회, 구청 직원 등이 동원돼 학생들을 고사장으로 안내했다.
긴급수송차량을 운영한 이날 오전 7시부터 8시5분까지 왕십리역 인근에서 해당 차량을 이용한 학생은 22명이었다.

■자율방범대만 40명 배치
서울 성동구 내 고사장은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고사장 2개를 포함한 총 8개이다. 이날 성동경찰서는 16개 주요교차로에 경찰 18명을 배치했고 의경 8명을 추가 동원했다. 또 서울경찰청에서는 경찰 오토바이(싸이카) 2대를 지원했다. 구청 직원 12명 또한 동원돼 구내 고사장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시행했다. 자율방범대 측 인원 40명과 개인차량 6대가 왕십리역 출입구마다 배치됐고 모범운전자연합회는 왕십리역을 비롯해 구내 지하철역 7곳 인근에 25명이 나와 대기했다.

어둑어둑한 오전 6시 40분께부터 자율방범대원들이 왕십리역 출입구에 나와 있었다. 이들은 오전 7시께부터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먼저 다가가 수험생인지를 묻고 긴급수송차량을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이날 가장 먼저 긴급수송차량을 이용한 수험생은 오전 7시9분 나타난 A군(18)이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는 A군은 이날 오전 6시30분 광진구 중곡동 자택에서 출발했다. A군은 "평소대로 네이버지도에서 시간, 이동경로를 보고 나왔는데 시간이 너무 늦을 것 같아 불안했다"고 말했다. 차량이 막히지 않도록 앞장서 이송차량을 에스코트하는 경찰 오토바이(싸이카)가 배치되기까지 3분이 지난 후 오전 7시12분 A군이 탄 차량이 출발했다.

■고사장 위치 몰라 혼란도 있어
이를 시작으로 속속들이 학생들이 도착해 이송차량에 올라탔다. 왕십리역 인근에 있는 한양대부속고등학교로 향한 학생만 18명이었고 그외에 현대고등학교, 도선고등학교, 무학여자고등학교, 금호고등학교로 1명씩 이동했다.

긴급한 상황에서 소소한 혼란도 있었다.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높게 올려 묶고 흰색 플리스를 입은 여학생 B양이 오전 7시 41분께 방범대 차량에 탔다가 급하게 모범운전자회의 택시 차량으로 바꿔 탔다. 오전 7시에 광진구 자택에서 일어났다는 그는 한양대부속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친다고 했다. B양은 처음에는 검은색 방범대 차량에 탔으나 차량 운전자가 고사장 위치를 잘 알지 못했다. "내비(내비게이션) 찍어 봐봐! 한대부고 아는 사람?"이라는 외침이 터져 나온 뒤 방범대의 안내를 받아 B양은 즉시 길 건너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범운전자회 소속 택시 차량으로 옮겨 탔다.
다행히 1~2분 만에 차를 갈아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매년 수능 때마다 수험생 긴급 수송을 지원해 10년 이상 봉사했다는 김진호 성수2가3동 자율방범대장(70)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지하철 입구에 나와 있었다고 했다.
김 대장은 "대원들이 직장도 있고 다 일이 있는데 아침에 잠을 포기하고 나오는 것"이라며 "학생들을 태워다 주면서 좋은 점수 받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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