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조현기 박기현 손승환 기자 = "긴장하지만 않게 해주세요"
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인 17일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종교시설을 찾아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를 올렸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는 수백명의 학부모들이 두 손을 모아 부처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조계사에 설치된 수험생을 위한 응원메시지 작성 부스에는'수능대박' '발원성취' '잘 보고 잘 풀고 잘 찍기' 등의 글귀가 빈틈이 안 보일 정도로 빼곡히 붙어있었다.
문현숙씨(42·여)는 "아이가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기도를 드리러 왔다"며 "잠을 잘 못잤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울먹였다.
이어 "2교시가 힘들다고 하고 제일 중요한 과목이니까 평상시처럼만 잘 쳤으면 좋겠다"며 "긴장만 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부처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반수생 학부모인 박선영씨(52·여)도 "일주일 전부터 딸이 긴장된다고 했는데 긴장만 하지 말고 잘 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딸이 기자가 되고 싶어 반수를 결심하게 됐다"며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고 공양초를 키며 기도했다.
지안스님(조계종 총무원 홍보국장)은 "결과를 떠나서 수험생들이 일단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며 "저희 스님들도 수험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잘 보라고 108배를 드렸다"고 합장했다.
같은 시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수험생 자녀의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러 온 가족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이날 오전 예배당에는 약 1000명이 넘는 신도들이 모였다. 지난해보다 약 2~3배가 많은 규모다. 유요한 목사는 "오늘 1000명이 넘는 신도분들이 오셨다. 코로나 이전 규모인 것 같다"며 "수능 끝날때까지 수험생들을 위해 기도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들은 기도회가 진행되는 동안 큰소리로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며 자녀들이 수능시험을 잘 보고 나오기를 기도했다. 목사님들은 신자들에게 다가가 머리에 손을 올리고 함께 기도하기도 했다.
이지성씨(48·여)는 "긴장하지 말고 배웠던 것을 잘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며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배미희씨(52·여)는 "아들이 군대 갔다와서 수능을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며 "그래서 더 간절히 응원하는 마음에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지금 감기가 걸렸는데 컨디션 조절 잘하게 해달라고 기도드렸다"고 덧붙였다.
친구를 위해 기도를 드리는 학생도 있었다. 고려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김 모 씨는 "제 친구가 의대 진학을 원해 기도를 하게 됐다"며 "친구의 마지막 수능이 되게 해달라"고 희망했다.
한편 수능은 이날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 수능지원자는 총 50만803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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