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지속적인 CPR 교육의 중요성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17 18:18

수정 2022.11.17 18:18

[강남시선] 지속적인 CPR 교육의 중요성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10여년 전 심폐소생술(CPR)을 배운 기억이 났다. 당시 모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의학 담당기자 몇 명을 불러 모았다. 병원을 출입하는 기자들인데 최소한 CPR은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2시간가량 CPR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실습에 들어갔다.

심장정지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근데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심장정지 발생 후 4~5분이 지나면 뇌에 손상이 진행된다. 심장정지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CPR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당시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을 먼저 배웠다. 이후 마네킹을 이용해 CPR 하는 법을 따라 했다. 두 손을 깍지를 껴서 힘이 들어가게 가슴압박을 시행해야 한다. 분당 100~120회를 기준으로 가슴이 5~6㎝ 깊이로 눌릴 정도로 강하고 빠르게 30회를 압박한 후 인공호흡을 2번 실시한다. 이후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CPR을 몇 번 했더니 정말 땀이 비오듯이 쏟아졌다. 왜 AED 사용법을 먼저 알려줬는지 이해가 될 지경이었다. AED를 찾을 때까지 버티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 CPR을 실시하려다 보면 누구나 고민이 되기 마련이다.

첫번째는 갈비뼈 골절 때문이다. 강하고 빠르게 압박을 하다 보면 갈비뼈가 부러지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생명을 살려줬는데도 오히려 고소를 당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선한 사마리아법'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두번째는 성추행의 우려가 있다. 여성에게 남성이 CPR을 실시한 경우 가슴을 압박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고, 인공호흡을 하는 경우에는 특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누구나 쉽게 CPR에 나서기 힘들 수 있다.

또 CPR을 배웠어도 실제 사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몇 달 전 출근을 하려고 탄 버스에서 건너편 옆자리 남자 승객이 갑자기 호흡이 불안정해지면서 쓰러졌다. 주행하던 버스가 멈췄고, 여성 승객 2명과 함께 엎어져 있던 남성을 뒤집으려 애를 써봤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라 여성 3명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였다. 버스기사가 와서 같이 뒤집자 겨우 옆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잠시 CPR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배운 지 너무 오래돼 기억도 나지 않고 두려움이 컸다. 다행히 몸을 옆으로 돌려놓자 불안정하지만 호흡이 돌아왔다.

하지만 CPR을 배웠다고 해서 위급한 환자에게 바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 이태원 참사 이후 자발적으로 CPR을 배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유행처럼 한번 배운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실제 위급상황에서 사용하려면 해마다 반복적인 학습이 중요하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중기생경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