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 큰걸음 내디딘 납품단가 연동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0 18:13

수정 2022.11.20 18:13

[차관칼럼] 큰걸음 내디딘 납품단가 연동제
우리나라 기업 중 99%는 중소기업이다. 또 근로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계가 최근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는데도 납품대금에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은 하도급업체들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1년 중소기업의 원재료 구입비용은 평균 47.6% 상승한 반면 납품대금은 10.2% 인상에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하락했다.

이런 배경하에 정부는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국정과제로 정하고 하도급업체를 위한 정책을 수립·실행해 왔다.
그중 하나는 기존의 납품단가 조정 신청 및 협의제도 활성화 대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대금조정 가이드북'을 만들고 현장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 노력을 기울였다. 또 중기조합,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신해 대금조정을 협상하는 협의대행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률 개정도 추진 중이다.

또 다른 정책은 납품단가 연동제다. 정부는 어려움을 신속히 해소하고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연동제를 채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하도급대금 연동계약서를 제정·배포하고, 9월에는 참여 신청기업들과 함께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361개사(원사업자 44개, 수급사업자 317개)가 연동제 자율운영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연동실적에 따라 하도급 벌점 감경, 공정거래협약 평가 시 우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9일 민·당·정협의회를 통해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국회에서 발의된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하도급계약서에 연동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단 현장에서의 작동가능성을 고려해 소액(1억원 이하) 계약, 단기(90일 이내) 계약, 원사업자가 소기업인 경우 당사자 간에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그 사유를 서면에 기재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허용했다.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탈법행위 금지규정도 마련했다.

하도급계약서에 기재할 사항은 당사자 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내용으로 연동할 목적물의 명칭, 원재료명, 조정요건, 원재료 가격 지표, 연동 산식 등이다. 연동대상 원재료에 대해서는 하도급대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 중에서 정하도록 하고, 조정요건은 원자재 가격 변동률 10% 이내에서 정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계약서에 기재된 조정요건이 충족되면 미리 정해진 산식에 따라 하도급대금이 연동되어 조정된다. 정부가 연동제 실행 경험이 부족한 기업들을 위해 관련 정보, 교육 및 컨설팅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명시됐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는 경제상황 변화로 원자재 가격이 급변해도 원·수급사업자 간 공정한 위험분담을 가능하게 하는 상생협력 장치로 작동할 것이다. 이를 통해 중소사업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진다면 더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국회 논의를 거쳐 또 하나의 공정한 하도급거래 관행 정착을 향한 디딤돌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