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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선희 외무상, 유엔의 ICBM 규탄에 “美허수아비” 조롱(종합)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1 10:31

수정 2022.11.21 10:31

21일 유엔 안보리 北 ICBM 발사 관련 대응책 논의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18일 발사한 화성-17형 미사일 시험 발사 영상을 1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18일 발사한 화성-17형 미사일 시험 발사 영상을 1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파이낸셜뉴스] 21일 조선중앙통신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북한이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을 발사한 것을 규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을 괴수로 하는 추종세력들이 우리의 불가침적 주권행사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끌고 가 우릴 압박하려고 획책하는 데 대해 묵인한 것 자체가 '유엔사무총장이 미국의 허수아비'라는 걸 부인할 수 없이 증명해주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유엔 안보리 北 ICBM 발사 관련 대응책 논의
안보리는 21일(현지시간) 공개회의를 열어 북한의 이번 ICBM 발사 관련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파르한 하크 부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적 행동을 중단할 것과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 의무를 준수할 것 등을 촉구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에 대해 최선희는 "난 유엔사무총장이 유엔헌장의 목적·원칙, 그리고 모든 문제에서 공정성·객관성·형평성을 견지해야 하는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형편없는 한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린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위험한 대조선 군사공조 움직임 때문에 초래된 조선반도와 지역의 우려스러운 안보환경 속에서 우리가 불가피하게 자체 방위를 위한 필수적 행동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데 대해 명백히 했다"며 "미국이 재앙적 후과를 원치 않는다면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7일 최 외무상은 대북 군사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에 반발,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경고성 담화를 낸지 2시간이 지나기 전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한 바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이 딸 옆에서 환호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이 딸 옆에서 환호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 화성-17형 ICBM 시험발사 성공 대대적 보도
북한은 다음날인 1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김정은과 부인 리설주, 딸 등과 함께 지켜보는 모습을 북한 선전 매체를 통해 20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후대를 위해 '핵병기'를 양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며 자신들이 행성 최강의 ICBM을 보유했다고 선전했다.

신문은 '조선로동당의 엄숙한 선언' 제하 정론에서 "2022년 11월 18일은 우리 민족의 반만년 역사에, 우리 공화국의 영광스러운 청사에 길이 빛날 사변적인 날"이라며 "이날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핵강국, 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의 힘과 위용이 다시금 천하를 진감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문은 "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 이 말이 안고 있는 무게는 실로 거대하다"며 "그것은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국가가 미국의 핵패권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 힘을 만장약한 명실상부한 핵강국임을 세계 앞에 뚜렷이 실증하는 가슴벅찬 호칭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적대 세력들의 발악과 공세가 가증될수록 우리의 자위적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조선노동당의 철의 신념이 과시된 역사적 장거"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의 이러한 발언은 핵무기 양산과 노골적 선제 핵사용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ICBM 발사 현장에 어린 딸을 데리고 간 것도 '핵은 후대들의 안보'라며 내부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결속을 다지기 위한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 ICBM 미국 본토 전역 타격권 평가
북한이 18일 쏜 '화성-17형' ICBM은 지난 3일엔 미사일은 2단 분리 후 정상 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으나 이번엔 2020년 10월 공개된 후 처음으로 정상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 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ICBM 1발은 비행거리는 약 1천km, 고도 약 6천100km,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가 1만5천㎞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사거리다.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1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정도의 비행 성능을 갖춘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량살상무기 전문가인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NSC 북한 담당국장은 북한이 최근 몇 년 간 화성-17형 ICBM 기술의 완성에 공을 들여왔다며, 발사에 성공한 지금 북한은 이제 탄도미사일에 다탄두를 탑재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북한이 ICBM이나 단거리,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가리지 않고 계속 시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ICBM은 대기권 밖으로 나간 후 다시 진입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열과 압력을 견디고 목표 지점까지 정확하게 날아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 아직 북한의 이러한 ICBM 역량의 검증은 확인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군, F-35A 첫 동원 이동식발사대 타격훈련. 합동참모본부는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북한 TEL 모의표적을 정밀유도폭탄(GBU-12)으로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우리 공군 F-35A 여러 대가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GBU-12로 북한의 TEL을 가정한 모의표적을 타격하는 모습. 사진=합참 제공
공군, F-35A 첫 동원 이동식발사대 타격훈련. 합동참모본부는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북한 TEL 모의표적을 정밀유도폭탄(GBU-12)으로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우리 공군 F-35A 여러 대가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GBU-12로 북한의 TEL을 가정한 모의표적을 타격하는 모습. 사진=합참 제공
■군, 북한 이동식발사대(TEL) 정밀유도폭탄 타격 훈련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 처음으로 북한 이동식발사대(TEL) 모의 표적을 GBU-12 정밀유도폭탄으로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공개했다.

합참은 첨단 스텔스 기능을 보유한 F-35A가 적에게 탐지되지 않고 목표물에 은밀히 접근해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 공군의 F-35A 4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는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도 실시했다.

한·미는 이번 이동식발사대 타격훈련과 연합 공격편대군 비행을 통해 북한의 ICBM 등의 위협과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동맹의 압도적인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합참은 밝혔다.

이는 이날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화성-17형 ICBM의 이동식 발사대의 움직임과 기립·발사 과정을 한·미 정보당국이 탐지 모두 지켜봤을 가능성과 유사시 이를 정밀 타격할 능력을 과시한 대응 조치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미사일을 발사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북한은 올해 2022년 1~11월 중 39차례, 80발이 넘는 미사일 쐈다. 이는 지금까지 한해 최다 도발 기록인 2019년 27발 보다 3배나 많은 도발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질적, 양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사일 종류가 다양해졌고,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 북한이 보유했던 미사일은 옛 소련이 만든 스커드-B와 스커드-C 형 미사일을 개량한 사거리 700km인 화성 5호와 화성 6호 미사일과 북한이 300발가량 갖고 있는 사거리 1천300km인 노동미사일 정도였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면서 북한의 미사일 종류는 크게 늘어 2017년부터 올해까지 발사한 탄도미사일 종류는 총 17종에 이른다.

북한 매체가 신형 무기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들. 왼쪽부터 신형대구경조정포, 초대형방사포(KN-25),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자료=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북한 매체가 신형 무기 실험이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사진들. 왼쪽부터 신형대구경조정포, 초대형방사포(KN-25),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자료=미국의소리(VOA) 홈페이지 캡처
■북 이동식발사차량 증가 배후에 중국있다.
사거리별로 보면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미사일로 불리는 KN-23 미사일과 ‘북한판 에이태킴스’인 KN-24를 발사했다.

또 초대형 방사포인 KN-25를 비롯해 단거리 미사일 9종을 선보였다. 중거리 미사일로는 스커드 개량형인 KN-18과 화성-12형(KN-12), 북극성-2형(KN-15)미사일이 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는 화성-17형(KN-28)과 화성-15(KN-22), 화성-14형(KN-20)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KN-26) 등이 있다.

과거에 북한은 미사일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싣고 이동해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넣고 미사일을 발사해 발사까지 대략 30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연료는 액체에서 고체로 전환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에 30분 정도가 걸리는 것을 전제로 작전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고체 연료 사용에 따라 약 10분으로 단축된 미사일 발사 준비 시간은 우리 군의 방어전략에 큰 타격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미사일을 싣고 다니는 북한의 이동식발사차량(TEL) 숫자도 그동안 한·미 정보당국은이 평가한 100대 정도에서 크게 늘은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스커드 미사일을 옛 소련제 이동식발사차량에 싣고 다녔으며 중국에서 벌목용 대형 트럭을 6대 수입해 화성-14형 미사일용 이동식발사차량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사일을 싣고 다니는 대형 트럭과 트레일러가 포착되고, 탱크나 장갑차를 개조한 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도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의 이동식발사차량 증가 배후에는 중국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공개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9월에 중국으로부터 11만9천여개의 대형 차량용 타이어 1천300만달러 어치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나 북한이 이를 이동식발사차량 용으로 전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2021년 5월 14일 오전 국방부와 미군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생필품과 공사자재 등을 반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사드 반대단체 및 주민과 경찰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날 오후 사드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차량을 이용해 발사대를 점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뉴스1
한미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2021년 5월 14일 오전 국방부와 미군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생필품과 공사자재 등을 반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사드 반대단체 및 주민과 경찰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날 오후 사드 기지에서 주한미군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차량을 이용해 발사대를 점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뉴스1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부 막는 것은 불가능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치된 견해로 이러한 정황과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방사포와 섞어 쏠 경우 이를 전부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어 전문가들은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같은 요격체제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일본·독일·이탈리아 외무장관으로 구성된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중대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성명을 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G7 외무장관들은 "북한은 지난 18일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북한의 행동은 국제사회의 단합되고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역내와 세계 안정에 대한 위협이자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여러 결의에 대한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일본을 포함한 우리의 동맹, 파트너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면서 “도발적 행동을 포기하고, 의미 있는 외교에 관여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텔 수석부대변인은 “중국은 북한이 불법적인 핵 혹은 탄도미사일 실험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1988년 이후 90명의 북한의 과학자를 중국 은천 핵로켓기지에 파견, 중국으로부터 핵실험 기술 및 미사일발사 기술을 배우고 1991년 7월 북한은 중국의 발사시설인 감숙성 은천 미사일 기지에서 사정거리 800km의 중거리 다탄두(MIRV)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1991년 12월 6일자 일본 월간 센타쿠지는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위해 230명의 육해공군 무기 전문가들을 중국 다롄 해군 기지에 파견·연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사실상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는 매우 큰 기여를 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FBI(미 연방 수사국) 홈페이지엔 500만달러의 현상수배범으로 중국 비밀무기상 1972년생 중국인 '리팡웨이'가 올라와 있다. 그가 운영했다는 다롄에 본사를 둔 림트(LIMMT)라는 회사는 광섬유 자이로스코프 같은 첨단 미사일 부품들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1990년대 이란과 북한에 핵개발 부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리팡웨이의 장기간의 대규모 무기 밀매와 미국 정부의 신병인도 요청 거부 등은, 중국 정부가 이란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지원에 관련돼 있다는 정황상 의심 증거들로 평가받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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