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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드릴십 처분한 대우조선… 한화에 매각 급물살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1 18:04

수정 2022.11.21 18:04

인도 두 차례나 무산됐던 선박
리퀼라 벤처스에 2억弗에 매각
재무 개선…한화 인수부담 덜어
현장 실사후 내달초 본계약 전망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9년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에 인도한 드릴십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9년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에 인도한 드릴십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이 악성재고로 남았던 드릴십(원유시추선) 처분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추가 부실 가능성이 제기됐던 드릴십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돼 인수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애물단지' 드릴십, 새 주인 찾았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8일 리퀼라 벤처스 컨소시엄에 드릴십을 2억달러(약 2692억원)에 매각했다. 해당 선박은 인도가 두 차례 취소됐던 선박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총 11억달러에 수주했다. 그러나 재무구조 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시드릴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선수금 2억2000만달러(계약금의 20%)를 몰취하고 선박 소유권을 넘겨 받았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시추설비 투자회사인 노던드릴링과 총 6억달러(당시 약 6500억원)에 드릴십 2척 매각 계약을 맺었으나 노던드릴링은 대우조선해양의 납품 지연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했다.

이번에 매각한 선박은 이 중 1척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처리해야 할 드릴십은 1척만 남게 됐다. 드릴십은 한 때 1척당 가격이 6억달러를 넘기도 했지만 저유가 여파로 2014년 이후 신규 발주가 전무해졌다. 국내 조선사들이 2013년 수주했던 드릴십은 유가 하락으로 계약이 파기되면서 '악성 재고'가 됐다.

■부담 덜은 한화, 현장 실사도 순항

이번 드릴십 매각으로 한화그룹은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그동안 드릴십의 장부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손실에 매년 반영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릴십 매각에 성공함으로써 조선소 입장에서는 재고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어 재무 구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이 강조되면서 기존에 원유를 시추하던 곳들은 계속 하더라도 새로운 곳에서 시추하려는 움직임은 없어 드릴십 수요가 둔화됐다"며 "다행히 최근 고유가 시대인 만큼 대우조선해양이 남은 1척도 팔게 되면 실적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실사도 순항 중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 핵심 생산 시설인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현장을 방문했다. 그동안 한화 실사 반대를 위해 저지 훈련 등을 준비했던 대우조선해양 지회도 한화에 문을 열었다.
이어 실사단은 18일 대우조선해양 연구 단지인 경기 시흥R&D캠퍼스를 찾았다.

한화는 이번주 실사 작업이 끝나는 대로 조만간 대우조선해양과 본 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본 계약 시기로는 다음달 초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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