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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망 이용료 의무화’ 가닥… 한국은 7개 법안 표류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1 18:14

수정 2022.11.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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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이용대가 법안 제정 논의
투자 재원 마련 등 공감대 형성돼
국내선 통신사-CP사 갈등 격화
SKB, 넷플릭스와 소송 ‘경영 부담’
미국·유럽 ‘망 이용료 의무화’ 가닥… 한국은 7개 법안 표류중
통신망 이용대가 지불 여부를 두고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로 불리는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망 이용부담 정책을 추진중인 주요국들의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업계는 동영상 플랫폼 등장 등으로 과거 대비 데이터 처리량이 대폭 증가하고, 5세대통신(5G) 위주의 새로운 망 인프라 환경 등으로 망 이용대가 협상을 의무화하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명확한 기준 정립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다.

■빅테크 '망 무임승차' 평행선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들은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사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국내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망 사용 대가에 대한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빅테크들은 '막대한 투자'를 언급하며 캐시서버와 같은 자체적인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CDN과 CP의 서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을 이유로 망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빅테크의 콘텐츠가 국내에서 소비자들에게 닿기 위해 올라타는 국내 망에 대한 대가는 전혀 지불하지 않는 게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구글과 넷플릭스를 제외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와 메타,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사업자를 비롯한 모든 CP들은 국내 망을 사용하는 대가를 부담하고 있다. CP와 ISP 간 직접 협상 또는 CP가 이용하는 CDN과 ISP 간 간접적 협상을 통해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4·4분기 기준 구글과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 양은 각각 27.1%(1위), 7.2%(2위)로 전체 망 트래픽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10~20년 전과는 다른 네트워크 환경이 형성된 만큼 이를 다루는 패러다임의 변환도 있어야 한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의견이 분분한 만큼 기존 중요 원칙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미·유럽 등 주요국, 망 대가 입법 박차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법안 제정 논의는 해외 주요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망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투자 재원을 함께 마련하고, ISP와 CP가 함께 효율적으로 트래픽을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글로벌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공화당은 지난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인터넷 공정 기여법(FAIR Act)'을 발의, 올해 5월 상원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유럽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3개국 정부가 빅테크에 망 투자비용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적 조치를 지지했다.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에 속한 17개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최대 트래픽 발생자들이 유럽 망에 부과하는 상당한 비용에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도 '연결 인프라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네트워크 망 투자에 기여하도록 기금 조성 등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방송규제당국 오프콤(Ofcom)도 망 중립성 규제를 재검토해 망이용대가 부과 근거 찾기에 돌입했다. 유·무선 망 고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최근 발표한 컨설턴트 보고서에는 ISP가 투자 및 혁신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망 중립성 규제 대부분의 완화를 제안하고, 입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브랜던 카(Brendan Carr)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은 지난 9월 벨기에 브뤼세엘서 열린 테크놀로지 포럼 기조연설에서 유럽연합(EU) 규제당국과 지도자들을 만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빅테크가 공정한 몫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도 지난 10월 성명을 통해 "생태계의 장기적 성장 지원을 위해 디지털 인프라 투자에 대한 올바른 대가가 마련되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ISP "투자 부담 막대, 협상의무 입법화 절실"

국내에서도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자율협상과 망중립성 등 근본 원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법적으로 협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에도 망이용대가는 ISP-CP 간 자율협상 영역에 있었다. 그러나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협상에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협상 중재를 요청하자 넷플릭스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 여부를 인정하면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가 항소하면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5G 안정화를 위해 막대한 망 투자를 진행중인 국내 ISP로서는 상고심까지 소송이 장가화되면 경영 부담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율협상 영역이 정상적이고 공정하게 작동해 망 투자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를 정착할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엔 망 이용계약 체결 및 이용대가 지불 관련 법안 7개가 발의된 상태다.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에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이용 계약 체결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