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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지문, 학원과 똑같았다.. 이게 문제 없다고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3 05:00

수정 2022.11.23 05:00

영어 23번 논란에 "우연의 일치" 해명
18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뉴스1
18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올해 수능 문제·정답과 관련해 660여건의 이의신청이 제기된 가운데 영어역역에서 입시학원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흡사한 지문이 출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으나 입시업계에선 보다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불공정 논란' 부른 영어 23번…"명쾌한 해명 있어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대형 입시학원 인터넷강사 제공 사설 모의고사 지문(왼쪽)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 /뉴스1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대형 입시학원 인터넷강사 제공 사설 모의고사 지문(왼쪽)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영역 23번 문항. /뉴스1

23일 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6시까지 '수능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에는 총 663건의 이의신청 글이 게재됐다. 이는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였던 1014건보다 351건 줄은 규모다.

영역별로는 영어영역이 3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회탐구 115건, 국어 71건, 수학 56건, 과학탐구 43건, 한국사 15건, 제2외국어·한문 11건, 직업탐구 3건 순서로 나타났다.

이의 신청이 가장 많이 접수된 내용은 영어 듣기 평가의 음질 평가 관련 내용으로, 총 215건이 접수됐다.

입시업체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와 유사해 논란이 일고 있는 영어 23번 문항에 대한 이의도 총 127건 제기됐다. 23번 문항의 지문은 지난 2020년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펴낸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의신청자들은 이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에서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해 사설 모의고사를 미리 접한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한 이의신청자는 "수험생 중에는 사설 문제지를 사지 못하는 학생도 있으며 학원에 다닐 형편이 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며 "그러나 이미 한번 풀어보고 해설 강의를 들어본 학생들은 지문을 해석하고 분석하지 않아도 문제를 빠르게 풀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며 해당 문제가 사교육 입시 강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국어나 영어영역의 지문이 실제 시험과 일치하기는 정말 어렵다"며 "수많은 지문 중에 그 부분이 거의 그대로 나왔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앞서 2016년 평가원 6월 모의고사에서도 국어문제 지문이 유출돼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며 "올해도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납득하기 어렵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을 명쾌히 해소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출제오류... 역대 사례는?

영어 23번 문항을 공정성의 문제로 본다면, 올해 '출제오류' 문항은 특별히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평가원은 출제오류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수능 출제기간을 3일 연장하고 검토위원을 늘리는 등 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출제 오류가 있어서 국민들께 크게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올해는 그러한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선 출제 총기간을 이틀 저희가 더 늘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능의 경우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출제오류로 인정돼 전원 정답처리됐다. 당시 평가원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이의 신청을 검토한 뒤 이상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문제를 두고 이의를 제기했던 수험생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출제 오류라고 인정했다.

1994년 첫 수능이 실시된 이후 평가원 오류는 총 9개 문항이 발생했다. 이중 6건은 복수정답, 2건을 모두 정답 처리됐다.

복수정답으로 처리된 사례는 △2004학년도 언어 17번 △2008학년도 물리Ⅱ 11번 △2010학년도 지구과학1 19번 △2015학년도 외국어 25번 △2015학년도 생명과학Ⅱ 8번 △2017학년도 한국사 14번 △2022학년도 생명과학Ⅱ 20번 등이다.

모두 정답 처리된 사례는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 △2017학년도 물리Ⅱ 9번 등이다.


한편, 평가원은 21일까지 접수된 올해 수능 관련 이의신청 의견을 심사해 오는 29일 최종 정답을 발표할 예정이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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