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나라계율 예의염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3 19:44

수정 2022.11.23 19:44

[fn광장] 나라계율 예의염치
우리 젊은 날 제창하던 태권도 정신은 '예의·염치·인내·극기·백절불굴'의 5대 정신이 기본이었다. 더러는 '신속·정확·강타' '일격필살' 등 살벌한 구호도 있었다. 태권도가 외무장관 50명보다 낫다는 말도 있었다. 외교의 폄훼가 아니라 그만큼 태권도가 세계에 한국을 살리는 효자라는 얘기다. 잉글랜드 한 시골 도시의 영국인 태권도장에 갔을 때였다. 전면에 태극기가 있고, 영국 사범 입에서 "차려!" "그쳐!" 등 한국말 기합이 나올 때 느낀 전율적 감동은 지금도 선하다.
그 정신에 극기·백절불굴보다 예의·염치가 먼저인 것은 태권도가 기술이기 전에 '도(道)'이기 때문이다.

이 불멸의 태권도 정신이 아득한 춘추시대 관자(管子)의 예의염치에 맥이 닿아 있다. 중화를 표방함이 아니다. 관자가 누구인가? 지고(至高)의 우정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바로 그 관중이다. 제자백가 이전이고, 석가·공자보다도 100~180년 정도 앞선다. 중국 역사 최초의 패업을 이루고 강국의 기틀을 구축한 명재상이다. 공자가 인정한 지도자다. 제자 자공(子貢)이 "관중은 (주군인 규(糾)를 결과적으로 배신하여 제 환공 소백(小白)을 섬겼으니) 인자(仁者)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하자 공자는 "관중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왼쪽으로 옷깃을 여미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가 없었으면 오랑캐가 되었을 것, 즉 나라를 구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제갈공명도 스스로 관중에 비견하며 롤모델로 삼은 관중 키즈였다.

정치 천재 관자의 정치이념은 인치(人治)와 법치(法治)를 아우른 실용적 부국강병 사상으로 후일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의 바탕이 된다. 유가(儒家)의 공자를 내세우면서도 실은 법가(法家)의 한비자를 추구한 중국 역대의 이른바 외유내법(外儒內法)의 본류다. 그 관자 제1편 목민(牧民)은 그의 정치사상의 핵심으로서 정치의 근본원리를 제시한다. 목민심서의 목민도 여기서 연유된 것이다.

여기에 '나라 지키는 4대 강령(國有四維)' 예·의·염·치가 있다. 첫째, 예(禮)는 절도를 지키는 것(不踰節)이다. 이것이 끊어지면 기운다(一維絶則傾). 둘째, 의(義)는 스스로 나아가기를 구하지 않는 것, 즉 벼슬 청탁을 하지 않는 것(不自進)이다. 이것이 끊어지면 위태로워진다(二維絶則危). 셋째, 염(廉)은 잘못을 은폐하지 않는 것(不蔽惡)이다. 이것이 끊어지면 뒤집어진다(三維絶則覆). 넷째, 치(恥)는 그릇된 것을 안 따르는 것(不從枉)이다. 이것이 끊어지면 망한다(四維絶則滅)고 했다. 기울면 바로잡을 수 있고(傾可正也), 위태로워지면 안정시킬 수 있으며(危可安也), 뒤집히면 일으켜 세울 수 있으나(覆可起也), 망하는 것은 다시 일으킬 수 없다(滅不可復錯也)고 했다.

국가·사회적 징벌에는 시효가 없다. 잘못은 반드시 밝혀 응징해야 한다. 잘못을 은폐하거나 그릇됨을 용인하면 사유(四維) 중 염(廉)·치(恥)가 끊어져 나라가 뒤집히거나 망한다. 천하통치의 기본은 인사(人事)다. 인사의 본령은 그릇된 인사를 안하는 것이다. 장자(莊子)는 무리를 해치는 말, 즉 해군지마(害群之馬)를 잘 제거하는 것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이라고 했다.
문제인력은 엄중 관리되어야 한다. 국기 태권도에도 백절불굴의 투지에 앞서 예·의·염·치가 있다.
나라 지키는 계명이다.

전충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