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또 오른 기준금리, 고통 크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4 18:05

수정 2022.11.24 18:05

한은, 속도 늦춰 0.25%p 인상
'영끌족' 등의 고통 극심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4일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0.25%p 올렸다. 사상 첫 여섯 번 연속 인상이다.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이후 10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그래도 시장의 예상대로 '빅스텝'(0.5%p 금리인상)은 단행되지 않았다.
물가상승세가 주춤해지고, 환율도 하락세로 돌아선 점이 고려됐다.

소폭 인상이라고는 하지만 돈을 많이 빌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1~2년 전 최대한 빚을 끌어다 주택을 구입한 이른바 '영끌족'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자가 불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높은 가격에 산 집값이 폭락하는 이중 고통에 빠진 그들이다.

주지하다시피 금리인상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금융정책이다. 인플레이션을 방치하다 국가경제가 붕괴된 사례는 통화량 조절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우리처럼 금리를 올리며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애쓰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대다수 국민의 고통을 알면서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통화당국의 고충도 크다.

금통위가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선택한 것은 금리 급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과 가계에 한숨을 돌릴 시간을 준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보다 더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던 미국에서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득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금리인상이 마침표를 찍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금리의 정점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물가의 기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잠시 속도를 늦췄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한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도 미국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금통위도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시각이다.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3.5%가 가장 많다고 한다. 몇 달 후의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금리의 단기 정점을 그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소한 한 번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침체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앞으로 1~2년은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한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은 2.6%로 유지하면서도 내년 전망치는 2.1%에서 1.7%로 크게 낮춘 것은 경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기업의 자금경색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가계나 기업이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악재들과 맞서 싸우는 도리밖에 없다.


통화당국도 미국의 뒤만 좇는 게 능사는 아니다.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만 걱정할 게 아니라 부동산 시장 등 국내의 제반 여건을 먼저 고려해 더욱 신중하게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
기우이겠지만 금통위원들은 물가와 경기 중에서 어떤 것에 더 가중치를 둘 것인지도 고심하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