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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개입에 한은 속도 조절까지…은행 대출 금리 상승세 둔화될 듯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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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자금 조달 경쟁 자제령'을 내리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세가 연말 들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 후반부에 형성돼 있는데, 은행권은 당분간 8% 초반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아, 내년에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25일 기준 변동형(신규코픽스 기준) 대출 금리는 연 5.31~7.8%로 상단 기준으로 연 8%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변동형 대출 금리 상단은 지난해 11월 25일 연 5.08%에서 올해 4월 12일 연 5.3%로 오르더니, 10월 12일엔 6.84%로 올랐다. 1년 만에 상단 금리가 3%포인트(p) 가까이 오를 정도로 상승세가 가팔랐다.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11월 25일 연 3.84~5.21%에서 지난 25일 연 5.05%~6.97%로, 역시 상단 금리가 1년 만에 1.76%p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적이었다.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도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한은은 올해만 기준금리를 2%p 인상했다. 지난 7월과 10월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러던 와중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에 불안감이 퍼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은행채를 통해 시중자금을 쓸어가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채권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은행들은 정기 예금 등 수신을 통한 자금 조달에 집중했는데, 그 결과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코픽스는 3.98%로 공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변동폭(0.58%p) 역시 공시 이후 최대다. 코픽스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들인 비용을 가중평균한 수치로 수신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연 5%에 진입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승세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은행권에 지나친 자금 조달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데 이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지난 24일과 다음 날인 25일에도 같은 메시지를 금융권에 전했다. 금융당국은 기관투자가들이 채권 매입을 중단하는 '장부 마감(북클로징)'이 연말에 예정된 점을 감안해 연말까지는 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은행 간 은행채 인수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은행이 B은행의 채권을 인수해 한은에 맡겨둔 국채와 교환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수월하게 맞출 수 있다. 유동성에 여유가 생기는 만큼, 정기예금 등 수신 의존도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유동성 규제 위반에 대해 단기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4개 은행엔 이달에도 2주 만에 7조963억원의 정기예금이 몰린 만큼, 12월 발표될 '11월 코픽스'는 상승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 주담대 최고금리도 다음달 8%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신금리 인상이 제한된 만큼,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한동안 8% 초반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잔액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금융당국이 수신 금리 인상을 억제하고 있어 지난달처럼 코픽스가 대폭 오르진 않을 듯하다"며 "당분간 현재보다 소폭 오른 수준에서 금리대가 유지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이미 한풀 꺾였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 8월 24일 연 6.07%에서 10월 12일 7.17%로 올랐다가, 이달 25일엔 6.97%로 소폭 내렸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제기되면서 고정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은 지난 10월 24일 연 5.467%로 올해 정점을 기록한 후 25일 연 4.777%까지 하락했다.

◇ 한국은행 '기준금리 속도 조절' 시사…내년까지 완만한 상승세 이어질 듯

한국은행도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높아, 대출금리는 내년에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24일 금통위에서도 경기 둔화 폭을 고려해 빅스텝이 아닌 0.25%p 인상에 그쳤다.

한은은 향후 전망에 대해선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 대다수는 내년도 최고금리가 3.5%로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내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회만 인상한다.
시장에선 내년 하반기부터는 기준금리 인하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 연준도 지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최종 금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만큼, 시장금리 상승세에도 상한선이 형성될 것"이라며 "올해처럼 금리가 급격히 치솟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