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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예치할수록 이자가 적다고?"... 은행들, 장기예금 이자율 산정 고심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7 18:26

수정 2022.11.27 20:53

3년만기 금리 1년보다 0.54%p↓
금리인상 후반부에 이자 인상 부담
"성급히 올렸다 조달비용만 늘수도"
정기예금의 예치기간이 길수록 되레 이자율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리인상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은행이 조달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보수적으로 장기예금 이자율을 산정한 탓이다.

27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들의 1년 만기 상품 금리는 연 4.8~5%, 3년 만기 상품은 연 4.2~4.6%대로 책정됐다. 4대 은행 모두 예치기간이 길수록 최고금리가 떨어졌다. 4대 시중은행 중 금리 차가 가장 큰 상품은 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으로 3년 만기 금리가 1년 만기보다 0.54%p 낮았다.

통상 은행은 장기예금일수록 자금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 이자율을 높게 지급해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겼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내달 빅스텝을 단행해 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등 연준이 가장 집중하는 물가지표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이후 이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는 등 긴축 속도를 조절했다.

이에 은행들은 고심이 커졌다. 예금은 시장금리 동향에 관계없이 만기 때까지 약정한 만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에 금리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1~3년짜리 장기예금 상품의 이자를 성급히 높였다가 기대만큼 시장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조달비용만 높아질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금리는 보통 기본금리가 높고 단기금리가 낮아야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라 예치기간이 짧을수록 최종금리가 높게 설정된 것"이라며 "최종금리 상단이 머지않은 시점에서 고객유치를 위해 장기예금의 이자를 무작정 올리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예금 잔액은 뚝 떨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말 정기예금 잔액 중 만기 3년 이상 장기예금은 17조5991억원으로, 지난 1월 말 18조7725억원에서 6.25%(1조1734억원) 감소했다. 반면 6개월 미만 단기예금은 올해 초 123조1166억원 수준이었으나 9개월 새 56.3%(69조원) 증가한 192조51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으로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달갑지 않다.
예·적금으로 들어온 자금을 대출 등에 사용해야 하는데 6개월 미만의 단기예금은 운용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금융당국은 회사채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은행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은행의 예·적금 자금조달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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