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방역위반 집회' 민노총 유죄·사랑제일교회 무죄… 왜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7 19:41

수정 2022.11.27 19:41

서울시 집회금지 명령 놓고
법원, 위법 여부 판단 제각각
모호한 법 조항으로 해석 달라
코로나19 확산 시기 지자체의 방역 조치를 어기고 집회를 연 단체들에 대해 최근 법원의 1심 판결이 엇갈렸다. 서울시의 집회 금지 명령을 어기고 총파업 집회를 연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유죄를, 현장 예배를 연 교회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것. 전문가들은 현행 감염병예방법 조항이 모호한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엇갈린 법원 판단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박설아 판사)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에 대해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지난 10일 선고했다.

윤 부위원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서울시의 집회 금지 고시를 어기고 '10·20 민주노총 총파업' 등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정된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전역에서의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 바 있다.

윤 부위원장 측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고시는 헌법상 집회·시위 자유의 본질을 침해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염병 전파를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시의 집회금지 고시가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서울북부지법에 동일한 혐의로 기소됐던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비슷한 시기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김병훈 부장판사)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위원장 등 사랑제일교회 관계자 14명에 대해 지난 9일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을 어기고 수차례 예배를 진행, 참석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이 비례원칙(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종교의 자유 제한은 비례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본질적 종교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현장 예배 금지로 침해되는 사익이 (금지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포괄·모호한 조항

사법부의 판단이 엇갈린 배경은 현행 감염병예방법 내 조항이 다소 포괄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집회 금지 조치 대부분은 '지자체장이 감염병 예방을 위한 행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의 감염병예방법 제49조 1항에 근거했다. 지자체가 내린 집회 금지 조치를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문제는 해당 조항은 지자체에 방역 조치 권한을 위임하고 있을 뿐, 행정 조치의 기본권 침해 여부, 기간 등 세부요건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 방역 조치의 적법성 여부를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각 역시 갈리고 있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행정력에 의해 포괄적·자의적으로 집회금지 등 방역 조치를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보다는, 근원적으로 지자체의 행정 조치 자체가 위헌 여부 없이 적절했는지 등이 문제의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감염병예방법 상 행정조치의 요건, 절차 등을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공개된 건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인권 관점의 방역체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는 "현재로서는 어떠한 행정조치가 이뤄져도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하면 제49조에 근거해 적법하다고 인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행정조치의 성격에 따라 기본권 제한 정도가 큰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원칙을 별도로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