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펫 라이프

“신장·심장·소화기..아픈 반려동물, 영양학적 관리 중요”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8 10:32

수정 2022.12.08 10:32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 회장 인터뷰 - 내년 10주년 맞은 한국수의영양학회, 수의영양 지식 공유 위해 앞장서 - 반려동물 건강과 복지 관심 커지는 요즘, 영양과 펫푸드에 대한 주목도 높아져 - 양철호 회장 ‘반려견과 반려묘 만성질환에 있어서 처방식 사료를 통한 영양학적 관리가 수명 연장의 핵심’ - 반려동물 건강위해 수의사의 노력 뿐 만 아니라 보호자 교육, 제도적 지원 등 종합적 뒷받침 필요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 회장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 회장

[파이낸셜뉴스] "건강하게 반려동물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건강 상태와 특성에 맞는 맞춤 영양이 필수다. 특히, 아픈 개와 고양이에게는 영양학적 관리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월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출된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장은 8일 반려동물 영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상 현장을 30년 가까이 지켜온 양 회장은 수의 현장에서 ‘영양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임상수의사들의 영양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을 치료∙관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반려동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창립된 한국수의영양학회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 대표적인 수의영양 학술 단체이다. 한국수의영양학회는 지난 10년간 학술세미나 및 컨퍼런스, 해외연사 초청 특강 등을 통해 수의영양학 정보 교류를 위해 힘써왔다.
다음은 양철호 회장의 일문일답.

―반려동물 영양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동물 보호자들이 얼핏 생각하기에 수의사들이 진단과 치료, 외과적 수술에 중점을 둔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임상 현장에 있어보니, 집중 치료를 통해 동물을 살려내도 영양학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특히 만성질환은 더욱 그렇다. 반려동물은 보호자의 선택에 따라서 평생 영양을 공급받는다. 먹는 것이 생활습관의 기본이라고 하지 않는가. 따라서 반려동물의 수명 연장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이 중요하다.

―한국수의영양학회는 어떤 활동을 하나.
▲한국수의영양학회는 임상 수의사들이 영양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을 치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의영양학에 대한 연구, 학술행사, 교류활동은 물론 제도 개선 활동 등 영양을 통한 반려동물의 건강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국내 펫푸드 영양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하고 포럼을 개최했다. 보고서에는 국내 펫푸드 영양 가이드라인의 현실과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국내에 맞는 영양 가이드라인 마련, 처방식 사료 법제화 등의 제언을 담았다. 지난 7월에는 ‘동물병원 처방 보조제의 영양학적 근거 및 활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학술 세미나도 연 3회 이상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픈 동물에게 특별한 영양이 중요한가.
▲물론이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나트륨, 칼륨을 조절한 식단을 먹는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제한된 식이가 기본이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당뇨병이 있는 반려묘, 췌장염을 앓고 있는 반려견, 심장질환이나 소화기 장애를 갖고 있는 반려견 등 질환 별로 동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이 모두 다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최적의 처방식을 주치의가 결정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처방식 사료와 일반식 사료의 제도적 구분이 없다. 즉, 누구나 손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보호자들이 스스로 진단하여 잘못된 처방식 사료를 급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주의해야 할 점은 각 질병마다 조절해야 하는 영양소가 달라 잘못된 처방식을 급여하면 건강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수의사의 지도를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진행하고 있나.
▲지난 11월 20일 ‘개와 고양이 만성질환의 영양학적 관리’를 주제로 수의영양학회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증가하면서 개, 고양이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영양 관리 방법에 대한 수의학적 지식을 나누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신장 및 심장질환 환자의 영양학적 관리(강민희 장안대 교수) △요결석 질환에서의 영양학적 관리(송우진 제주대 교수) △고양이 만성 소화기질환에서의 영양학적 관리(이미경 고양이병원소설 원장) △생애주기별 임상영양학의 최신 트렌드(오원석 황금동물병원 원장) △종양 환자에서의 영양학적 관리(박희명 건국대 교수) 5개의 강의를 진행했다.

―국내에서 제도적으로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국내 처방식 사료에 관한 제도나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아픈 개와 고양이를 위한 사료인만큼 이를 일반식 사료와 구분해 별도로 관리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수의사의 관리∙감독이 필수적이 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은 처방식 사료만을 위한 규정인 특수목적사료(PARNUTs)을 법으로 두고 있다. 법을 통해 질환에 따른 영양소 함량, 라벨 표시 사항, 권장 사용 기간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의 규제 하에 수의사의 지도가 있어야만 처방식을 판매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향후 계획이 있나.
▲내년에 10주년을 맞은 만큼 사단법인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현재 수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회원 조건을 수의대생과 펫푸드 관련 업계 종사자까지 확대해 수의학적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나아갈 예정이다.
보호자 교육용 ‘펫푸드 가이드북’도 발간한다. 펫푸드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안내서다.
앞으로도 수의사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나아가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발전과 반려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겠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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