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fn광장] 고독과의 전쟁


[fn광장] 고독과의 전쟁
고독은 이 세상에 홀로 있는 듯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다. 이 감정이 깊어져 공허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게 되면 몸과 마음을 죽게 만든다. 고독은 19세기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의 5가지 한계상황 중 하나로 인간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가 고독한 사회로 점점 빠져들 수 있는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1인가구가 급증해 2000년 15.5%에서 2021년 33.4%로 증가했다. 지난해 1인가구 중 60~70대는 9.1%, 20~30대는 12.1%나 된다. 혼자 살면 고독의 문지방을 넘나들게 마련이다. 청소년 인구(9~24세)가 급감해 2021년 총인구의 16.0%로, 이들 가운데서 유행하는 '혼밥' '혼술' 등 혼자서 일상을 보내는 현상에서 그들의 외로움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 고독에 노출되는 상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금년 초 모 매체에서 실시한 전국적인 고립화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31.8%가, 60대 이상은 29.6%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해 청년세대와 노년세대의 고독감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는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죽는 것이다. 국회에 의하면 지난해 953명이 고독사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3488명이었고, 지난 10년간 약 2만명이라 한다. 자살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살과 고독감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일 평균 자살자 수는 36.1명, 10대~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 40대~50대의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왕성한 인생을 살아가야 할 인구층의 사망 주요 원인이 자살이라니 참으로 섬뜩한 현상이다. 2020년에만도 최소한 957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년째 여전한 코로나19 사태가 고독과 자살률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고독의 심각성을 인정해 영국 정부는 2018년 정부부서(Ministry of Loneliness)를 신설, 고독의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우리 사회에 급속히 몰려오고 있는 외로움과 고독의 먹구름을 방관만 할 것인가?

고독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독의 문제는 현행 심리적 지원이나 사회적 참여 확대 등의 프로그램들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층의 일상의 '삶'을 통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밖으로 보이는 문제와 증상에 따라 다루려면 한이 없다. 생활공동체 혹은 작은 지역사회 개념으로 일상 가운데 주민 간에 관심과 배려가 기초가 되어, 전문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모델을 추구해 볼 수 있다. 실례로 민간기관인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이 한국형 시니어공동체 주거모델 개발과 조성을 목표로 2년 전 설립됐다 한다.
우리 고유의 시니어주거공동체 모델 구현 노력은 신노년층이 생산적 수혜자인 동시에 지역사회의 능동적 기여자로서, 생명력 있는 주거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자 하는 새로운 거보(巨步)다. 고독의 문제를 해소하고 의미있는 삶을 마무리하는 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독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전투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정부, 민간기관 및 기업은 전방에서, 그리고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지는 작전임무를 철저히 수행하는 길밖에 없다.

배임호 백석대 초빙교수·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