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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꿈꾸며 3조 투자했는데…네슬레, 땅콩 알레르기 약 매각 고려

뉴스1

입력 2022.12.01 05:19

수정 2022.12.0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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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세계 최대 식품회사 네슬레가 땅콩알레르기 치료제를 개발한 기업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020년 3조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한 지 약 2년 만이다.

네슬레는 지난 29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땅콩알레르기 치료제 '팔포지아'에 대한 전략적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며 "2023년 상반기 중 검토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 또한 "네슬레가 이를 판매하거나 (외부 기업과) 파트너십 체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매각 가능성을 점쳤다.

팔포지아는 미국 바이오기업 에이뮨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소아용 땅콩알레르기 치료제다. 지난 2020년 1월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았으며 같은 해 8월, 네슬레 산하 영양학 부문 자회사인 네슬레헬스가 26억달러(약 3조4242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팔포지아는 수많은 세계 땅콩 알레르기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땅콩 알레르기 환자와 의료진이 팔포지아를 도입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매출도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팔포지아를 복용하는 환자는 4~5개월 동안 2주마다 알레르기 전문의를 방문해야 한다. 또 치료 후 알레르기 과민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등 중대한 이상반응에 대비해 병원에 최소 1시간 이상 머물러야 한다. 연간 치료비용이 수천 달러에 달하는 점도 환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팔포지아가 출시됐던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극심했던 시기라 알레르기 환자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땅콩 알레르기 환자가 생각보다 적다는 점도 이유다. 현재 미국 내 땅콩 알레르기를 앓는 환자는 전 인구의 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미충족 의료 수요가 있음을 확인한 뒤 팔포지아를 인수했지만, 틈새시장을 위한 제품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팔포지아 시판 후 지속해서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도 네슬레로서는 불필요한 고정지출이라는 지적도 있다.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시판 후에도 FDA에 부작용 등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레그 바하르 네슬레헬스 대표 또한 이날 팔포지아와 관련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CEO는 향후 네슬레헬스는 식품보조제와 비타민 등 업계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제품군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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