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일본 축구대표팀이 카타르 도하에서 새 역사를 썼다. 덕분에 일본 팬들은 카타르 월드컵의 주인이 된 것처럼 축제를 즐기고 있다. 과거 '도하 참사'로 불렸던 악몽도 깨끗하게 지웠다.
일본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스페인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앞서 독일을 2-1로 제압했던 일본은 2승1패(승점 6)를 기록,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일본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에서 2연속 조별리그를 통과한 팀이 됐다. 일본은 4년 전 러시아 대회에서 아시아 팀 중 유일하게 16강 무대를 밟은 바 있다.
이전까지 일본 축구사에 도하는 '비극의 땅'이었다.
도하에서 열린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일본은 이라크를 상대로 2-1로 이기고 있었다.
같은 시간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이기고 있었지만 일본이 승리한다면 한국이 아닌 일본이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일본은 이라크에 동점골을 허용했고, 결국 한국(2승2무1패·득실차 +5)이 일본(2승2무1패·득실차 +3)을 제치고 기적처럼 본선에 올랐다. 사상 첫 본선 진출을 눈앞에서 놓쳤던 일본 선수들은 땅을 치며 울었다. 한국엔 도하의 기적이었지만 일본엔 비극이었던 이유다.
당시 눈물을 흘렸던 선수 중엔 현 일본 대표팀 사령탑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도 있었다.
그는 도하로 떠나기 전 가진 월드컵 출정식에서 "도하에서의 기억은 영원히 잊히지 않고 잊을 수도 없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일본 축구 팬들에게 '도하 참사'를 '도하 환희'로 바꿔드리겠다"고 결연한 출사표를 던졌던 바 있다.
그리고 모리야스 감독은 그 약속을 지켰다.
모리야스 감독은 매 경기 과감한 전술 변화와 최고의 교체 카드로 강호 독일과 스페인을 연달아 격파, 기어이 도하에서 환희를 선물했다.
이제 모리야스 감독은 물론 일본 팬들에게 도하는 비극이 아닌 16강을 일군 '약속의 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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