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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 침체는 다르다…美 '화이트칼라'에 부는 칼바람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여파가 미국의 사무직·전문직 중심의 '화이트칼라' 직장인을 덮치고 있다.

경기 침체에서 통상 현장직, 생산직 같은 육체노동 중심의 블루칼라 노동자가 먼저 타격을 입는 것과 달리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한 정리 해고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대기업의 정리 해고에서 이번에는 사무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에서 정리 해고 자체만으로는 큰 이슈가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블루칼라가 아닌 화이트칼라가 우선적인 정리 해고 대상에 올랐다고 WSJ는 주목했다.

기술, 법률, 과학 및 금융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직원을 늘린 회사는 일부 프로젝트를 종료하거나 다른 프로젝트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고용 속도를 늦추거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소매, 자치, 인적 자원 및 기타 부서에서 직원의 약 3% 혹은 최대 1만 명의 직원을 감축한다. 다만 수십 만 명의 창고 직원은 그대로 두고 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도 전체 직원의 13%에 달하는 1만1000명의 직원에 대한 정리 해고안을 발표했다. 채용 및 비즈니스팀이 집중적인 해고 대상이다.

포드사와 H&M 미국 지사도 정리해고에 나설 예정인데, 생산 또는 소매 노동자가 아닌 사무실 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 스탠리도 전 세계적으로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구직 플랫폼 집리크루터(ZipRecruiter)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줄리아 폴락은 "노동 수요에 있어 화이트칼라 불황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폴락은 "일반적으로 이전의 경기 침체기에는 광업, 제조 및 건설을 포함한 자본 집약적 산업의 회사가 가장 먼저 근로자를 해고한다"며 "이제는 패턴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집리크루터가 분석한 결과 연준이 금리 인상을 가속하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덮친 지난 6월 이후 과학 및 법률 직종의 채용 공고는 31% 감소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여행 구인 광고, 식품 및 소매업 등은 4~5% 수준 떨어졌다.

뉴욕대학교 마케팅학 교수 스콧 갤러웨이는 현재의 경기 침체를 '파타고니아 조끼 경기 침체'라고 명명했다. 파타고니아 조끼는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의 교복이라 불리는데, 이들 지역에서 침체가 시작됐다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 해고가 더 늘어난 이유로는 코로나19 기간 과잉 고용됐다는 점이 꼽힌다.

미 노동교통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2년 8월 사이 법률·회계·컴퓨터 시스템 등 전문 및 비즈니스 서비스업의 고용은 무려 104만 8000건 증가했다. 아마존은 코로나19 직전 79만 명이던 직원을 두 배 넘게 늘리기도 했다.

빅테크 기업들 사이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해고 대열에 없다는 점도 '과잉 고용'을 방증한다.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4년 동안 메타와 아마존이 200% 가까이 고용 인원을 늘린 것에 비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 증가율은 50%에 못 미쳤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도 100%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경기 침체에 대응해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다만 해고와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가 등장하는 것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일자리 자동화 등과 관련된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아마존은 사무직 인력을 줄이면서도,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이나 식료품 체인 사업에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