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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아동 미숙함 이해해야 성범죄 2차피해 막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08 18:17

수정 2022.12.08 18:17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미성년 피해자 심리 가이드 마련
아동 발달과정과 진술 특성 담아
성범죄 피해자 신문 성인도 고역
피해 회복 과정 고려한 재판해야
[fn이사람] "아동 미숙함 이해해야 성범죄 2차피해 막아"
'성범죄사건 심리개선 연구반'(연구반)은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영상진술 위헌' 결정 이후 대법원 법원행정처 산하에 꾸려진 연구조직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미성년 피해자가 증인신문 과정에서 추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구체적인 심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최종보고서는 지난 9월 각급 법원에 책받침과 함께 배포됐다.

연구반을 이끌었던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30기·사진)는 대전지법, 대전고법, 부산지법 동부지원,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5년간 성범죄 전담 재판부에서 수많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했다.

성범죄 재판에서 이뤄지는 피해자 증인신문은 공격적인 질문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성인도 울고 나갈' 정도로 혹독하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은 신문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재판부에 '다시 안 나와도 되는거냐'고 묻는다"고 했다. 그만큼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연구반 최종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역시 '피해자 보호'였다. 미성년 피해자 보호를 위해선 아동의 발달과정을 이해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최종보고서의 많은 부분은 아동의 연령별 특성과 진술 특성을 세세하게 기술하는 데 할애됐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은 남들도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아동의 진술 특성뿐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재판절차와 답변 요령에 관한 구체적인 예시도 담겼다.

여기에는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공격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기 쉽고, 그 과정에서 미성년 피해자들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

김 부장판사는 "아동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기억도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며 "진술이 달라졌다고 해서 거짓말하고 있다고 단정해 추궁하는 식의 신문 방식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오늘 이야기하는 중에 말하고 싶거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하면 돼요' 같은 구체적 예시나 정확한 진술을 이끌어내는 데 필요한 주의사항 등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구반이 최종보고서는 과거와는 달라진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법조계의 인식과 헌재 위헌 결정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미성년 피해자 진술에 대한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생긴 2003년 당시와 위헌 결정이 난 현재 시점의 논의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전에는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돼 상대적으로 추가 피해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는데, 헌재 결정 이후 어떻게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지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성년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야 하는 불가피한 현실에서 강구한 피해자 보호 방안인 셈이다.


김 부장판사는 헌재 결정 이후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미성년 피해자의 취약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범죄 피해자들은 돈을 갚으면 해결되는 재산범죄와 다르게 정신적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수년간 이어지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에 대한 기억을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이 회복하는 과정까지 염두에 두고 재판을 해야 한다"고 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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