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살빠지는 당뇨약 '마운자로'(성분 티제파티드)가 미국에서 환자들에 대한 판매 조건을 강화했다. 최근 비만 치료제 수요 증가로 마운자로에 앞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이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학전문지 '스탯'은 7일(현지시간) 일라이릴리가 자사 당뇨 치료제에 대한 접근을 강화해 비만 환자들을 좌절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운자로가 아직 비만 치료제로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음에도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량 효과가 20%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탯에 따르면 최근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다.
일라이릴리는 성명을 통해 현재 약물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경쟁사 치료제의 가용성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제 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접근에 중점을 두고 (약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아 출시한 다국적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타이드)와 동일한 성분의 당뇨약 '오젬픽'(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은 비만 치료 효과가 알려지면서 급증한 수요로 이미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위고비는 68주 동안 환자 체중을 평균 15% 줄였다.
이에 일라이릴리는 현재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제2형 당뇨 환자를 중심으로 마운자로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상시험에 참가해 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 중이던 환자도 약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10월부터 제2형 당뇨환자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간 제공했던 마운자로 할인 프로그램을 적용해 주지 않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적용받지 못하면 이전까지 한 달에 25달러(약 3만3012원)를 주고 구입했던 치료제를 40배나 비싼 1000달러(약 132만원)에 구매해아 한다.
스탯에 따르면 일부 약국은 처방전을 작성하기 전에 먼저 환자가 제2형 당뇨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스콧 버치 미국 클리브랜드클리닉 비만·대사 연구소 교수는 "릴리가 허가받은 사람에게 약물 공급을 집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약물이 있고,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치료법에 접근할 수 없어 비만 환자에게는 불공평한 처사"라고 말했다.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가 약물을 구할 수 없으면 대사질환 등 건강문제가 다시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당뇨 환자는 사용 가능한 다른 대체 약물이 많이 있지만 비만 환자는 선택할 수 있는 의약품이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특히 아직까지 많은 보험사들이 비만을 약물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아닌 생활 습관을 통해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간주해 보험 적용이 안된다는 점도 있다.
일라이릴리는 "쿠폰 프로그램은 FDA로부터 승인된 당뇨 환자가 마운자로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한 프로그램"이라며 "승인받은 적응증 외에 다른 적응증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벌리 창 미국 코넬대학교 의과대학 내분비학 교수 또한 비만과 당뇨 발병 사이에는 많은 조건이 겹쳐 비만 환자에 대한 지원을 제외한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비만은 당뇨병으로, 당뇨병은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가지 질병은 대우하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는 것은 불공평해 보인다"며 "두 환자를 모두 치료할 수 있는데 한 집단을 희생시키면서 다른 한 집단을 위해 약물을 보존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을 똑같이 치료받을 가치가있는 질병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월 마운자로를 제2형 당뇨환자 혈당 조절 개선을 위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보조제로 승인했다. FDA는 이어 10월 초에는 성인 비만환자 또는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마운자로를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마운자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촉진 폴리펩티드)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한다. 주 1회 투약하며 포만감을 느끼게 해 체중 조절 효과를 발휘한다.
일라이릴리는 2023년 4월께 마운자로에 대한 최종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2023년 말까지는 마운자로가 비만을 적응증으로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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