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1000만원 깎아드려요" 수입차도 할인 경쟁 나섰다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1 18:23

수정 2022.12.12 10:09

폭스바겐, 최대 36개월 무이자 할부
BMW·벤츠, 1000만원 안팎 할인
반도체난 완화에 차량 공급 숨통
금리 오르며 신차 수요는 줄어
재고 우려에 연말 물량 밀어내기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S’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S’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폭스바겐 '티구안 올스페이스'
최근 고금리에 신차 수요가 꺾이면서 콧대 높은 수입차들이 차값을 대폭 할인해주고, 고금리 시대에 무이자 할부까지 제공하는 등 연말 물량 밀어내기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내년 자동차 판매가 '상저하고'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미 전세계적으로 신차 수요가 꺾이고 있어 업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특히 수입차 업체들은 최대한 해를 넘기기 전에 올해 물량을 소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입차 할인경쟁… 무이자 할부까지

1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인기 차종인 티구안 2.0 TDI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무이자 할부금융'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금리 인상여파로 자동차 할부금리가 치솟은 상황에서 나온 무이자 상품이다. 이와함께 컴팩트 세단인 신형 제타 1.5 TSI와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은 선납금 30%를 내면 36개월 계약 기간 동안 월 30만원대로 납입 부담을 낮춘 '잔가보장 할부금융' 프로모션을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최근 공급 사정이 개선되면서 물량을 많이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1000만원 안팎으로 할인해 주는 곳도 생겼다. 폭스바겐의 일부 딜러는 개별적으로 세단 모델인 아테온을 1200만원 가까이 할인해주고 있다. BMW 일부 매장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인 5시리즈를 약 1000만원 할인한다. 준대형 SUV X5는 1100만원, X3·X4 모델은 200만~400만원 각각 할인 판매 중이다.

수입차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일부 매장에서는 세단 전기차 EQS를 최대 943만원 할인해 주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를 구매한 고객이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최대 400만원을 현금으로 지원한다.

■경기 꺾인다… 실적 경쟁 가세

연말 수입차 업계가 대대적으로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내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차 판매 시장이 사실상 시계제로라는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도 글로벌 신차 시장이 '상저하고'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올해 주문·내년 인도분'이 내년 판매 실적 일부를 받혀주기는 하겠지만 시장 자체는 단기간 냉각기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경기 민감성이 높은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 여건이 조성된 상태"라며 "2017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세계 자동차 판매 수준으로의 회복은 빨라야 2025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부품난이 일부 해소되면서, 최근 공급이 한층 원활해 진 점도 차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부 수입차의 경우 공급상황이 원활해지면서 한국시장 배정 물량을 대거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 뒤 새해가 시작되면 신차들의 차령이 2년차로 접어들게 되는 점 역시 연말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다. 내년에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되면 말 그대로 '구형'이 된다.

실적 경쟁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최근 수입차 1·2위를 다투고 있는 벤츠와 BMW가 1000만원 안팎의 할인 경쟁이 대표적 예다. 올들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 두 브랜드 간 차이는 200대가 채 안 된다.
BMW는 7년 만에 수입차 시장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 벤츠는 1위를 수성하기 위해 차량 할인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한국시장을 놓고, 두 회사가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양측 모두 "많이 파는 것 보다는 얼마나 버느냐가 관심"이라며 실적경쟁이라는 시각에 손사래를 쳤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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