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최진숙 칼럼] 다이소의 본질경영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2 18:09

수정 2022.12.12 18:09

[최진숙 칼럼] 다이소의 본질경영
다이소 창업주 박정부 회장(78)은 흙수저 정도가 아니라 무수저 출신이다. 아버지는 6·25전쟁 때 북한군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었다. 집은 폭격에 불탔고, 가족들은 어머니 삯바느질로 연명했다. "절대 가족보다 먼저 죽지 않겠다." 이 비장한 결심을 다시 품은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파업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촉망받던 관리자에서 하루아침에 무능한 간부가 됐다.
고민 끝에 그는 회사를 관뒀다. 나이 마흔다섯이었다.

다들 퇴직을 저울질하던 시기에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국내 기업의 일본 해외연수를 주선하는 일이었다. 성공할 것이란 확신도 없었다. 살아야겠기에 일을 벌였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혼자 사는 어머니 집에서 창업을 했다. 변변한 책상도 없어 밥상을 펴놓고 업무를 봤다. 한일맨파워는 그 밥상 위에서 탄생한 회사다. 지금의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모기업이다.

일본을 오가며 저가 생활용품을 수출하는 무역업으로 발을 넓히게 된다. 야간열차를 타고 일본 구석구석을 누볐다. 밤새 덜컹대던 열차에서 내리면 새벽안개를 뚫고 먼동이 텄다. 3단 이민가방 2개, 작은 손가방 하나가 그의 분신처럼 옆에 있었다. 수모와 멸시가 왜 없었겠나. 어느 날 새로운 결심을 한다. 국내에서 균일가숍을 열어 성공해 보자는 투지가 솟구쳤다.

미국 뉴욕에서 1882년 처음 균일가숍이 등장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한참 늦었다. 고도성장기 국내 소비풍토에서 값싼 생활용품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이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 외환위기였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그러니까 1992년 아성산업(현 아성다이소)이 문을 연다. 때를 기다린 1호 매장(아스코이븐프라자·현 다이소)은 1997년 서울 천호동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부터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지금껏 없었던 가성비 효과 덕분이었다. 아성산업은 연평균 20~30%씩 성장했다. 매출은 2006년 처음 1000억원을 넘겼고, 2014년 1조원 기업이 됐다. 다시 2018년 2조원, 2021년 3조원에 이르렀다. 지금 전국 1500여개 다이소 매장엔 매달 신상품 600개 이상이 깔린다. 1000원, 2000원이 전체의 80%, 1000원 상품만 절반이 넘는다. 3조원은 1000원짜리 30억개를 팔아야 벌 수 있는 돈이다. 그걸 해냈으니 다이소 신화로 불리는 것이다.

균일가 사업의 핵심은 '가격과 상품'에 있다. 싸게 사들여 제대로 파는 것이 박 회장의 목표는 아니었다. 가격을 먼저 정하고 그 가격 이상의 가치를 지닌 상품을 찾는 것에 승부를 걸었다. 전 세계에서 발품을 파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치솟는 원가로 1000원이 위협받는 상황이긴 하나 유통거품을 빼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에서 방법을 찾는다. 쉽지 않겠지만 1000원 가치는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게 박 회장의 소신이다. 이것을 다이소 업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다이소 경영비법을 처음 공개한 그의 책 '천원을 경영하라'는 요즘 서점가 베스트셀러다. 무수저 출신 늦깎이 창업자의 기막힌 도전과 성취에 젊은 독자들이 특히 열광한다.
그의 비법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라, 꾸준함이 세상의 모든 것을 이긴다.
다이소의 본질경영에서 삶의 힌트를 찾아도 괜찮을 것 같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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