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왓츠업실리콘밸리] 오리온과 패스트팔로어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3 18:05

수정 2022.12.13 18:05

[왓츠업실리콘밸리] 오리온과 패스트팔로어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해안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의 포틀랜드호. 대형 성조기가 내걸린 포틀랜드호 내부에서 미 해군 장병들은 편한 자세로 느긋하게 미국의 무인우주선 '오리온'이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앞바다에 착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포틀랜드호의 장병들이 느긋하게 '오리온'의 착수 장면을 바라본 것과 달리 흥분하며 '오리온'의 착수 장면을 지켜본 이들도 있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관계자들이다. 나사 직원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오리온'이 착수한 이날이 나사에도 미국에도 뜻깊은 의미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우주발사시스템(SLS) 로켓에 실려 발사된 이후 25일 만이었던 이날은 미국의 유인 달탐사선 '아폴로' 17호가 지난 1972년 12월 11일 달 표면에 도착한 지 정확히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오리온'의 착수 장면을 느긋하게 바라봤던 장병들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잽싸게 '오리온'을 바다에서 꺼내는 작전을 펼쳤다. 이 장병들이 꺼낸 '오리온'은 빠르게 포틀랜드호의 갑판으로 옮겨졌고, 동시에 나사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오리온' 연구 분석에 들어갔다.

미국은 반세기 만의 인류 달 복귀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첫 번째 임무를 완료한 '오리온'의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달 궤도 유인비행(아르테미스Ⅱ)에 바로 도전한다. 놀랍게도 미국이 '아르테미스Ⅱ'를 계획하고 있는 시기는 2024년이다. 사실상 1년 안에 달 궤도 유인비행을 위한 준비를 마치겠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미국이 바로 이듬해인 2025년에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 남극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Ⅲ'를 실현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오리온'이 태평양에 착수한 날은 일본에도 기념비적인 날이 됐다.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달 착륙선이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일본의 '아이스페이스'는 내년 4월 말께 달 표면에 착륙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러시아와 미국,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도 분투하고 있다. 미국처럼 달에 다녀오거나 일본처럼 달 표면에 착륙시킬 우주선은 비록 없지만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인 '다누리'(KPLO)가 12월 17일 달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다누리는 8월 초 미국의 발사체에 실려 쏘아 올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지난달 내놓았다. 10년 후인 2032년에 우리 손으로 달에 착륙선을 보내고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패스트팔로어(추격자)인 한국이 이번에도 진가를 발휘해야 할 때다. 이번에도 민관 협력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심우주 탐사'는 과학과 경제 모두를 잡을 수 있는 모멘텀이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