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외산소' 의사는 멸종위기"… 필수의료가 무너진다 [심화되는 전문의 편중]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3 18:34

수정 2022.12.13 18:34

정부 필수의료 대책 내놨지만 의료계 현장선 '회의적' 입장
"수가 현실화 등 선결과제 산적"
학계 "공공의대 신설" 주장도
"'외산소' 의사는 멸종위기"… 필수의료가 무너진다 [심화되는 전문의 편중]
필수의료 진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인기가 없는 진료과에 전공의(레지던트) 지원자가 나서지 않고 인기 진료과에만 쏠림현상이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어서다. 이제 의료현장에선 환자를 볼 의사가 없어지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실제 인천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이달 초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잠정중단했다. 하지만 필수의료의 붕괴 위험신호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소아청소년과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됐다.
비단 소아청소년과뿐만 아니라 힘들고 고되지만 보상이 적은 비인기 진료과도 정도와 심각성의 차이만 있을 뿐 상황은 모두 똑같다.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필수의료 위기

소아청소년과와 마찬가지로 인기는 없지만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등 필수진료과 모두 위기상황이다. 지방은 물론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도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흉부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진료과가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는 등 필수의료 체계 전반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필수의료 체계를 개선하는 대전환이 없이 이대로 가면 현재 필수의료를 하고 있는 의료진이 대거 은퇴하는 시점에는 외국에서 의사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마감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전국 수련병원 67곳 중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는 전체 정원 201명의 16.4%(33명)로, 지난해(27.5%)보다도 더 떨어지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아픈 환자는 계속 있지만 진료할 의사가 없는 심각한 상황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도 심각했지만 핵의학과의 지원율은 0.21%, 가정의학과 0.52%, 병리과 0.65%였고 외과와 산부인과도 각각 0.65%, 0.74%로 모두 미달됐다. 반면 안과는 95명 정원에 166명이 몰려 175%, 성형외과도 70명 지원에 111명이 지원하며 159%를 기록했다.

■정부, 대책마련 고심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비인기 진료과에 젊은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최근 몇 년간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원환자를 돌볼 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 기피과로 전락했다. 소아사망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잘못하다가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또 현행 의료체계는 지속가능성을 잃고 있다. 필수의료 붕괴 상황에서 돈 되는 인기 진료과에 지원하고 '번아웃'이 일상인 필수진료과에 지원하지 않는 의사들을 사명감이 없고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와 보건당국도 최근 중증·응급, 분만, 소아 진료를 우선순위에 두는 필수의료 종합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 또 뇌동맥류, 중증 외상 등의 응급 수술·시술 가산율을 올리고 고난도·고위험 수술에는 추가 보상을 하는 등 '공공정책 수가' 도입을 약속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의료계는 필수의료의 수가를 큰 폭으로 개선해 인재가 유입될 수 있도록 하고 의료분쟁 특례법 등을 제정,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학계에서는 공공의대와 의대 정원을 확대해 필수의료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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