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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어빵 1개에 3000원 "사먹기 겁나"…그 많던 노점 어디로 "수지 안맞아 장사 접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5 05:00

수정 2022.12.15 08:55

[파이낸셜뉴스] #. 세종시에 사는 30대 A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붕어빵을 먹고 싶다는 말에 길거리를 샅샅이 뒤졌지만 파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붕어빵 가격이 급등하며 손님들이 끊기자 장사를 포기한 상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붕어빵 파는 곳을 찾기 힘들어지자 붕어빵 파는 곳 일대를 의미하는 '붕세권'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 노점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모습. 12.13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 노점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모습. 12.13
붕어빵을 먹기 위해 길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재료 가격이 뛰면서 겨울철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점포를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개에 3000원짜리 붕어빵도 등장했다. 1000원이면 3∼4개 살 수 있던 붕어빵은 오래전 얘기다.

원재료 상승 탓 가격 5년 전의 2배…서민 간식 옛말

15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겨울 붕어빵 2마리 가격은 기본 1000원이다. 서울 강남 등 주요 번화가에서는 1개 가격이 1000~2000원으로 뛴다. 치즈 베이컨 등이 추가로 들어간 프리미엄 붕어빵은 1개에 3000원에 팔린다. 왠만한 제과점에서 파는 빵 가격이다. 붕어빵이 서민음식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것이다.

붕어빵 가격이 급상승한 것은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과 호떡 등에 들어가는 주재료 5가지 가격을 조사한 결과 5년 전보다 평균 49.2%, 지난해보다는 18.4% 올랐다.

재료로 사용되는 붉은 팥(수입산)은 800g 평균 가격이 6000원으로 5년 전(3000원)보다 100% 급등했다. 지난해(5000원)보다는 20% 뛴 가격이다. 밀가루(중력)는 1kg 가격이 1880원으로 5년 전보다는 46.9%, 작년보다는 18.2% 올랐다. 이외 설탕과 식용유, 붕어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LGP 가스 가격도 5년 전 보다 각각 21.5%, 33.2%, 27.4% 상승했다.

반죽에 쓰이는 재료량, 추가 재료를 고려하면 상승 폭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붕세권 앱도 등장

길거리를 헤매던 사람들은 집에서 직접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 고물가에 지친 서민들이 가계부담을 낮추기 위해 직접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프라이팬과 믹스를 구입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홈메이드 붕어빵'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11월 1~12월 9일 통조림 팥과 붕어빵 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완제품 붕어빵 상품 매출은 20.2% 늘었다.

같은 기간 호떡믹스 매출은 지난해보다 31.4% 뛰었다. 이 기간 판매량은 10만개로 전년 대비 2만개 이상 더 팔렸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어묵도 같은 기간 매출이 13.6% 뛰었다. 프리미엄 어묵을 찾는 수요도 늘면서 삼진어묵 일품모듬, 클래식모듬 판매도 급증했다.

A씨는 "겨울철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은데 파는 곳이 없어 직접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예전에 1000원이면 초코, 슈크림, 팥 등 3가지 맛 붕어빵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한개에 1000원을 줘야 한다니 옛날이 그립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붕어빵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붕세권 앱까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앱은 붕어빵을 파는 노점을 알려줘 인기다.

붕어빵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붕어빵 모양의 과자나 파이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오리온이 지난 2011년 출시한 '참붕어빵'의 올 9~11월 월 평균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8% 증가했다.
참붕어빵은 파이 형태로 출시된 제품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