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개체수 증식을 위해 지역을 옮겨 방사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양비둘기가 첫 번식에 성공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올여름 전남 구례군에서 고흥군으로 이전해 방사한 양비둘기 2개체(암컷·수컷 각 1개체)가 첫 번식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양비둘기는 전남 구례 야생에서 서식하다 고흥군 양비둘기 개체수가 급감(5개체 미만)해 지역적 절멸 위기에 처하자 고흥 연방사장으로 이전됐다. 2개월 현지 적응 후 지난 9월 고흥 인근 해안가에 방사해 관찰했다.
연구진은 약 2달 후인 지난 10월23일 방사한 암컷이 고흥 인근 해안가 갯바위 절벽에 위치한 작은 굴에서 건강한 새끼 양비둘기 2마리를 키우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야생 개체군을 일부 이전해 약화된 소규모 개체군을 증식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국내 첫 사례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에는 '구례 화엄사 양비둘기 공존협의체'의 협력도 있었다. 협의체는 올해 구례 화엄사 일대에 서식하는 집비둘기 29마리 중 90%인 26마리를 잡는 등 양비둘기의 주요 멸종요인인 잡종화 예방에 주력했다.
1980년대까지 양비둘기는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는 텃새였으나, 집비둘기와의 경쟁 및 잡종화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현재는 전남 구례(60여 개체), 경기도 연천(100여 개체), 전남 고흥(5여 개체) 등 일부 지역에만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와 개체군 보전 기술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양비둘기 보전계획(2021~2027)'의 이행력 강화로 양비둘기를 성공적으로 복원시키겠다"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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