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갓 쓴 안중근, 이토 저격' 1910년대 희귀 엽서 "부르는게 값이었죠"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4 17:03

수정 2022.12.17 22:38

최후 이등박문(나봉주 '체부' 편저자 제공)
최후 이등박문(나봉주 '체부' 편저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오는 21일 안중근 의사의 삶을 스크린에 옮긴 뮤지컬영화 ‘영웅’이 개봉하는 가운데, 일제강점기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엽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올해 출간된 한국 근현대 우편사 징비 사료집 ‘체부’ 428쪽 '통한일격(痛恨一擊)에 수록된 실체 자료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민족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품에서 태극기를 꺼내 “코레아 우라!”(러시아어로 코리아 만세)를 외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은 이듬해 3월 26일 살인 죄목으로 옛 러시아-일본의 뤼순 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했다.

이 엽서는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사람(안중근 의사 묘사)이 쏜 총탄에 이토 히로부미가 절명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또 ‘최후의 이등 공작, 원훈(元勳) 대위인(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 쏜 일발탄환으로 지하에 묻힌 사람이 되었다‘라고 적혀 있다.
원훈은 나라를 위한 가장 으뜸이 되는 공을 뜻한다.

나봉주 편저자는 14일 “본 엽서는 안중근 의사 자료로는 어디에서도 검색이 안 되는 희귀 자료"라며 "현재로선 안중근 의사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을 저격하는 모습을 담은 유일한 엽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인 명호식무(鳴呼湜武)가 그림을 그리고 제호를 써서 발행한 사제엽서로 이등박문 일대기를 7장의 엽서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이점은 당시 시대 상황에서 일본인 작자가 안중근 의사를 원훈, 대위인이라고 칭송했다는 것”이라며 “그림엽서 화풍으로 봤을 때 일본인이 그린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추정했다.

'원훈, 대위인'이 안중근 의사가 아니라 이토를 뜻하는게 아니냐는 물음에는 자신 역시 의심스러워 일본어 전문가에게 추가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평소 우표 수집이 취미였던 나봉주 편저자는 수집한 우표 1만여장 중 절반을 추려 우표 역사책 '체부'(박영사)를 펴냈다.

본업이 따로 있는데 장장 7년간 '체부' 집필에 매달려 무려 1300쪽에 달하는 '한국 근·현대 우편사 징비 사료집'(부제)을 냈다. 책에 수록된 우편사 실체 자료들은 구입가가 최저 50만원에서 최고 3000만원까지 다양한데 누적 9억~10억원 가량 썼다.

그렇다면 이 엽서는 어떻게 구했을까? 그는 지난 1월말경 책 출간을 앞두고 극적으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나봉주 반도엠피에스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나봉주 반도엠피에스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나봉주 편저자는 “원고 마감이 끝난 상태였는데, 우표상에게 연락이 와 시급히 구입했다”며 “덕분에 완성된 목차와 색인, 내용을 다시 수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을 집필하면서 안중근 의사 관련해 기존에 보지 못한 독특한 자료를 구하고 싶어 오래 전부터 수소문했다. 우표상이 이를 알고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웃음) 물론, 구입가를 떠나서 막판에 이 자료를 만나 ‘체부’에 수록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며 뿌듯해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