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노주석 칼럼] 확증편향자들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4 19:46

수정 2022.12.14 19:46

[노주석 칼럼] 확증편향자들
진짜뉴스와 가짜뉴스의 진위가 헛갈릴 때가 많다. 사리 분별에 곤란함을 느낀다. 뉴스를 접할 때 나도 모르게 가치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이 생겼다. 솔직히 사실(Fact)과 거짓(Fake)이 분간이 안 갈 때가 있다. 내게 국한된 현상은 아닌 듯하다. 뭐가 옳고 그른지 고민하는 사람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이 주변에 부쩍 늘었다.


가짜뉴스가 설친다. 가짜뉴스는 잘못된 정보, 조작된 정보, 악의적 정보로 나뉜다. 가짜뉴스는 정치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정치체계에서 진실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갈파했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명이 청담동 고급 바에서 술판을 벌였다고 국감장에서 폭로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짜뉴스 전파자 신세가 됐다. 본인은 면책특권으로 빠져나갈지 모르겠으나, 협업을 했다는 유튜브 채널은 처벌을 면키 어렵게 생겼다.

대통령 관저를 옮기는 과정에 역술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방송에서 퍼뜨린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김어준씨도 명예훼손 혐의로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했다.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심장병 어린이 방문을 놓고 '빈곤 포르노'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혐의로 고발됐다. 이들에 대한 사법조치를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거짓이 난무하다 보니 사실보다 사실확인(Factcheck)이란 합성어가 더 많이 쓰인다. 춤추는 가짜뉴스를 판독하는 법이 사방에 널렸다. 이념이 양분화한 우리 사회에서 가짜뉴스 구별은 병아리 성별 감별보다 훨씬 어렵다. 교묘하게 정체를 흐리거나 '묻지마 지지자'의 뒤에 은폐·엄폐돼 있기 일쑤다.

더 무서운 게 '확증편향'이다. 서강대 이상근 교수는 최근 한 미디어 학술회의에서 자신의 견해 또는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확증편향이 가짜뉴스 확산의 주범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잘못된 정보를 옳다고 믿고,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서 공신력 있는 정보원의 역할을 하는 '적극적 오인자'를 종범으로 지목했다.

우리 사회엔 삐뚤어진 확증편향을 가진 적극적 오인자가 너무 많다. 이들 가짜뉴스의 주범과 종범은 지속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고 신념을 강화하면서 극단화를 부추긴다. 진위에는 관심이 없다. 돈과 유명세 그리고 소속 진영의 정치적 편익을 노릴 뿐이다.

확증편향의 희생자는 선량한 뉴스 소비자들이다. 뉴스 소비자가 곧 유권자이다. 들고일어날 때가 됐다. 청담동 술자리, 한남동 관저 이전, 빈곤 포르노의 제조자와 공모자 그리고 유포자에게 따끔하게 본때를 보여야 한다. 표로 심판하는 것이다.
다만 그 전에 혹시 나는 확증편향자가 아닌지, 적극적 오인자의 역할을 하진 않았는지 자문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자신부터 떳떳해야 하기 때문이다.
홀로 있을 때 언행을 바르게 하는 신독(愼獨)이 그 요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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