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직장 홈페이지에 괴롭힘 글 올렸는데 벌금형..사이버 스토킹 처벌 미온적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7 05:00

수정 2022.12.17 05:00

[파이낸셜뉴스] #. 한 광역지자체에 근무하던 여성 A씨는 지난 2020년 같은 직장 동료 B씨로부터 교제하고 싶다는 제안을 수차례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B씨의 집착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B씨는 같은 해 직장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A씨를 짝사랑했고 성관계를 나누게 됐다"며 "악마같은 사람(A씨)이 00업무를 담당한다니 소름 끼친다. 그러나 A씨가 아직도 좋다"는 내용의 글을 8회에 걸쳐 게시했다. 결국 소송끝에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간 개인적인 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널리 알려 명예를 훼손했다"고 선고했다. 이 일로 한 여성의 인생이 망가지다시피했지만 B씨에게 선고된 벌금은 700만원에 그쳤다.
사이버 스토킹 /게티이미지 제공
사이버 스토킹 /게티이미지 제공
지난해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관련 신고 건수가 4배 이상 폭증했지만 온라인상에서 스토킹 대상의 개인정보 등을 유포하는 이른바 '사이버 스토킹'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사각지대로 인해 처벌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스토킹 행위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 유포해도 온라인 스토킹 처벌 어려워

17일 경찰청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112 신고 건수는 2020년 4505건·2021년 6971건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 1년간 2만9156건으로 4배 이상 폭증했다.

하지만 온라인상 스토킹 행위의 경우 입법 사각지대 때문에 적절한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에서는 스토킹 행위를 '우편·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말 등을 도달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스토킹 행위의 경우 제 3자를 대상으로 피해자 신상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에 현행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A씨 사례와 같이 온라인 스토킹 피해를 경험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온라인 스토킹 피해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 응답자 903명 중 79.2%(715명)가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피해 경험 중 가장 많았던 유형은 개인정보를 알아내 저장(56.8%)·사생활을 알아내려 함(56.4%)·원치 않는 글이나 이미지를 보내옴(54%)·개인정보를 사용·유포한 경우(40.3%) 순이었다. 특히 스토킹하던 상대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불법 사이트에 가입하는 등의 2차 범죄로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이 어려운 현행법은 온라인 스토킹 피해자들의 경찰 신고도 주저하게 했다. 온라인 스토킹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여성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신고한 사례는 8.8%에 불과했다. 대응하다가 포기하거나(6.5%)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은 경우(7.6%)는 14.1%에 달했다.

'스토킹 정의 확대' 개정안 발의돼

이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스토킹 대상의 개인정보를 배포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는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토킹 행위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수집·가공·편집·배포·게시하는 행위'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스토킹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4일 발의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온라인 스토킹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법망을 그대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온라인 스토킹 정의를 확대함으로써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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