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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주민 권익보호 최일선, 시민고충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8 18:05

수정 2022.12.18 18:05

[차관칼럼] 주민 권익보호 최일선, 시민고충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구성원이 되고 나서 들은 멋진 일화를 하나 소개하려 한다. 작년 충북의 어느 지역에서 있었던 민원이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하수 과다방류에 따른 환경오염 위험이 커지자 시청은 기존 하수처리장을 증설할 필요가 있었다. 시청은 A마을에 있는 하수처리장을 증설하되 이것은 아예 한 5배 정도로 늘려 A마을뿐만 아니라 그 인근 3개 마을의 오·폐수도 함께 처리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급작스러운 증설로 주변 마을의 오·폐수까지 처리할 경우 예상되는 악취와 생활환경 악화에 관한 우려로 A마을은 반대했고, 시청과 마을 주민은 쉽게 접점을 찾지 못했다.

꽉 막힌 것 같았던 대치는 시민고충처리위원회(시민고충위)가 나서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시민고충위는 주민, 공무원 등과 지속해 대화하고 현장을 조사했다. 이런 노력 끝에 시민고충위는 전혀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A마을과 인근 3개 마을을 위한 통합하수처리장은 꼭 필요하니 건설하기로 하되 그 위치를 A마을 입구와 약 1㎞ 떨어진 하류 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더하여 기존 하수처리장은 사용연한이 지나면 폐쇄하기로 했다. 주민들도 공익을 위해 통합하수처리장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을 했고, 시 당국도 중재안의 가능성을 검토해 사업변경을 추진함으로써 민원은 원만히 해결되었다. 주민고충이 해결된 결과도 아름답지만, 그 해결을 만들어낸 시민고충위의 역할도 돋보인 일화이다.

국민의 기본권은 법을 정당하고 일관되게 적용함으로써 보장된다. 그러나 법에 따른 획일적 행정처리가 때로는 구체적 타당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법적 보호의 괴리를 메우는 제도가 독립적으로 민원을 조사하는 고충처리제도, 즉 옴부즈만(Ombudsman)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옴부즈만 기구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기초해 만들어진 권익위인데,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시민고충을 처리할 수 있는 기구인 시민고충위 설치도 제안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전국 243개 광역·기초자치단체 가운데 70개 자치단체에서 지방 옴부즈만, 호민관, 구민 고충처리위원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시민고충위가 설치되어 있다.

1991년 지방선거가 시작되고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각 지방의 다양성이 강조되는 지방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주민의 고충을 처리하는 시민고충위 설치는 이제 필수라고 보아야 한다. 아쉽게도 법은 그 설치 여부를 각 지방자치단체 재량에 맡겨두고 있어 아직 설치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많다. 지방 민원은 그 지역 실정을 잘 아는 시민고충위가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정을 고려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권익위는 미설치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표준조례안이나 다양한 운영모델을 제시해 실정에 맞게 선택하게 하고 또 그 설치에 필요한 사전컨설팅도 제공하고 있다. 시민고충위 설치 후에는 우수기관과 매칭이나 권익위 및 다른 시민고충위 등과의 네트워크 형성도 지원한다.
지역별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역량 강화교육을 하여 운영의 내실화를 도모하도록 하는 일도 한다. 권익위는 앞으로도 시민고충위의 확산과 운영 내실화를 위해 지속해 노력하고자 한다.
시민고충위가 주민 권익을 보호하는 최일선 방패막이로 든든히 자리매김하기를 희망한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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