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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19 18:16

수정 2022.12.19 18:16

[강남시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
이름만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설이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다. 일부 지부 건물은 멀쩡하게 생겼지만 건물 간판도 볼 수 없다. 법무와 복지와 보호를 하는 곳이라니. 수십년 전 어떤 기관의 대공분실 같은 시설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필자는 11월 초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 동부지부에 들렀다. "한번 가보라"는 회사 임원의 권유 때문이었다.
시설에는 출소자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고, 직원들은 이들을 지원하는 인력이다. 출소자들은 이곳에서 헤어디자인, 네일아트, 한식요리 등을 배운다. 한때 '갱생보호공단'이었던 이 시설은 어감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건물 간판을 달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있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까지 본지 사회부가 연재했던 '주홍글씨 벗는 사람들'이라는 기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회 복귀를 위해 직업훈련을 받는 출소자들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조용히 출소자들을 돕는 공단 인력뿐 아니라 바라는 것 없이 이들에게 베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주방용 가구 제조업체인 강선국 퓨전테크 대표는 2011년부터 출소자를 고용하기 시작해 현재 직원 절반이 출소자라고 한다. 평소 누군가를 돕겠다는 마인드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엠씨스퀘어'라는 학습보조기를 만들었던 임영현 지오엠씨 대표는 2000년에 서울 송파구의 2층 양옥을 기부했다. 본인이 보유한 건물도 아니다. 개인 돈으로 3억6000만원을 마련해 이 집을 구했다. 남편에게서 부족한 돈을 일부 꾸었다고 한다. 사석에서 만난 임영현 대표는 "그냥 돕겠다는 마음 가지고는 못할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에 중독이 됐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좋은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포털에 노출된 기사를 보면 비판적 댓글이 주를 이룬다. 굳이 죄 지은 사람들을 왜 도와야 하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죄 지은 사람들' 중에는 '김근식' 같은 상습 성폭행범도 있다. 하지만 죄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대척점에 있지 않다. 대개 사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경우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경우도 적지 않다. 보다 정상적 환경이었다면 정상적으로 살아갈 가능성도 충분했다는 얘기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소설 '위대한 개츠비' 첫 페이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 모든 사람들이 너 같은 환경을 타고 나지는 않았다는 것을 꼭 기억해라."

굳이 윤리 문제가 아니더라도 출소자 지원은 꼭 필요해 보인다.
이들에게 경제적 자립능력이 생길수록 우리 사회는 더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굳이 출소자를 돕는 데 따뜻한 마음일 필요는 없다.
그들을 돕는 일이 우리를 돕는 일이다.

ksh@fnnews.com 김성환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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