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500억원 매각 계약
매수자 대규모 아파트단지 계획
부동산시장 침체 사업성 떨어져
잔금 지급 못해 매각 계약 취소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효성첨단소재의 울산 울주군 언양공장을 1500억원에 매각하려는 계획이 불발됐다.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며 공장 부지를 사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려던 시행업체가 잔금을 내지 못한 것이다. 공장 매각 대금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려던 효성첨단소재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 19일 언양공장 대지 매각과 관련해 "거래 상대방 사정으로 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9월 부동산 개발업체인 유에이치산업개발과 언양공장 토지와 건물 일체를 15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언양공장 부지는 1973년 옛 동양나이론이 사들이면서 효성그룹 소유가 됐다. 이후 동양나이론이 효성티앤씨로 바뀌고, 다시 ㈜효성에 흡수되면서 공장 소속도 바뀌었다. 2018년에는 ㈜효성이 인적분할을 하면서 신설법인인 효성첨단소재가 자산을 승계했다.
효성첨단소재는 언양공장을 활용하는 대신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공장 부지 매각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효성첨단소재는 계약금도 받았지만, 잔금은 끝내 받지 못했다.
유에이치산업개발은 언양공장 부지에 수 천 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으며 사업 추진이 힘들어졌다.
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유에이치산업개발 측에 잔금 지급 시기를 두 번 연장해줬지만, 결국 계약이 무산됐다"며 "앞으로 언양공장을 원하는 새로운 매수자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효성참단소재가 언양공장 매각에 실패하면서 투자 재원 마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효성첨단소재는 전주공장 탄소섬유 생산라인 증설과 중국 탄소섬유 신규법인 설립 등에 1200억원 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지난 9월 말 기준 효성첨단소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별도 기준)은 1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매각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도 언양공장이 유일하다.
효성첨단소재의 올해 1~3분기 순이익은 2332억원에 달했지만, 대부분 베트남과 중국 법인이 보내준 배당수익이다. 실제로 이 기간 영업이익은 865억원 정도다. 해외 사업, 특히 베트남 사업이 어려워지면 현금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언양공장 매각은 자산 효율화를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이번 매각은 불발 됐지만, 회사 재무에 문제가 있거나 영향을 주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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