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재팬 톡] 엔저에 떠난 외국인…日 일손이 없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0 18:00

수정 2022.12.20 18:00

[재팬 톡] 엔저에 떠난 외국인…日 일손이 없다
'2032년이 되면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들은 일본에 일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 경제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이달 초 이런 경고를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10년 후에는 일본 현지 외국인 근로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의 자국 임금이 일본의 50% 이상에 도달해 굳이 일본에 올 매력이 없다는 이유를 근거로 제시했다.

초고령·저출산 사회에 진입한 일본 경제는 그동안 부족한 일손의 상당수를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해왔다. 편의점에서 어눌한 일본어로 계산을 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이제는 흔한 풍경이다. 특히 베트남 근로자들은 일본 노동시장을 움직이는 축이 된 지 오래다.
일본 내 베트남인 근로자 수는 2020년 기준 44만3998명으로 전체(172만4328명)의 25.7%에 이르고 있다. 중국인(41만9431명)보다도 많다.

동남아 신흥국의 임금은 오르고 있는 데 비해 일본의 임금은 20년이 넘게 정중동을 반복했다. 설상가상으로 요즘의 엔저(엔화 약세) 환경도 일본의 사용자에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 임금은 일본의 임금 수준을 바짝 추격 중이다. 일본에 외국인 건설근로자 임금이 지난 수년간 제자리에 있을 때 베트남의 임금은 10~20% 올랐다.

최근 몇 년 동안 엔화 가치는 떨어졌지만 베트남 통화인 동화 가치는 올랐다.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 월평균임금(20만엔)과 베트남 숙련근로자 월평균임금(15만엔)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눈물 젖은 빵을 먹을 유인이 점점 사라진 것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위한 해법으로, 한국과 대만 등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을 주목했다. 센터는 "한국은 2004년부터 민간 중개 없이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동일 업종에서 3회까지 이직할 수 있거나 동일 노동이라면 한국인과 동일 임금으로 하는 설계가 특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처우를 뚜렷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일본이 침몰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해마다 계속되고 있다. 센터도 보고서에서 "일본이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로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몇 년간 임금상승률이 높은 편인 데다 K-문화의 영향으로 아직은 해외 근로자에게 매력적인 시장인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꼭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우리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초고령화·저출산의 늪에 빠질 것이란 멀지 않은 미래를 잘 알고 있어서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좋은 타이밍에 예방주사도 맞았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국경이 닫혔을 때 외국인 근로자들이 빠져나간 농어촌 지역의 비명을 경험했으니 말이다.
2032년 일본을 빠져나간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을 선택할 수 있게 우리 제도를 다시 들여다볼 시점이다.

km@fnnews.com 김경민 도쿄특파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