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새해 벽두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단란했던 초등학생 조유나양 가족의 실종사건, 핼러윈데이 서울 이태원참사는 대한민국 사회를 온통 충격에 빠뜨렸다. 5·18 정신적 손해배상, 지속되는 극한 가뭄,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경쟁 역시 지역사회서 주목되는 주요 이슈였다. 3월 대통령선거에 이은 지방선거에서의 정치권력 교체, 누리호 발사 성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피란민 입국 지원, 대동고 시험지 유출사건도 화제를 모았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올 한 해 광주·전남을 뜨겁게 달군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일터로 떠난 가장 6명은 이윤을 쫓는 기업 횡포와 불법 재하도급, 계약 비리로 얼룩진 공사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11개월간의 경찰 수사를 통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족들은 오열 속에 아버지를 가슴에 묻어야 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대표이사와 하청업체, 공사현장 관계자 등 21명이 줄지어 검찰에 송치됐지만, 이들에 대한 법의 심판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사고 직후 현산은 사죄와 함께 무너진 아파트의 전면 철거·재시공을 약속했지만, 인근 상인회의 피해는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신축 아파트 16개 층 와르르'…엄동설한 속 인부 6명 실종
새해벽두인 지난 1월11일 오후 3시46분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건물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당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이 건물 잔해에 매몰돼 실종됐고, 소방당국은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매몰자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실종자 대부분이 건물 고층에 매몰돼 있는 데다가 유례없는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로 구조 작업은 장기화했다.
광역단위 소방당국의 여력으로는 구조 작업이 불가능하자 범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꾸려졌고, 수색견과 드론, 소방대원은 밤낮없이 수색활동을 이어갔다.
결국 사고 발생 29일 만인 지난 2월8일 마지막 매몰자가 수습됐다. 매몰자 6명 전원은 모두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들에 대한 애달픈 사연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은 커져만 갔다.
사고 현장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각계 정치인과 추모를 위한 국민 등 907명이 방문하며 유족들과 슬픔을 나눴다.
◇'공법 무단 변경…동바리는 없었다' 불법행위 정황 속속
광주경찰청은 사고 발생 직후 청장을 중심으로 수사본부를 꾸려 붕괴 원인 규명에 나섰다.
그 결과 '데크플레이트 시공 방식 변경'과 '지지대(동바리) 미설치', '콘크리트 불량' 등 3가지가 주요 붕괴원인으로 지목됐다.
39층 바닥면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공사 편의성을 위해 설치한 PIT층 콘크리트 지지대에서 과도한 하중이 발생, 붕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데크플레이트 방식으로 공법을 변경하면서도 사전 구조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고, 콘크리트 하중을 견디는 동바리 미설치(36~38층)도 지지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수사본부는 설명했다.
여기에 미흡한 품질관리로 하부층 콘크리트가 적정 강도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39층 바닥에서 최초 붕괴가 발생, 23층까지 16개층이 연쇄 붕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경찰은 붕괴의 직접 책임자인 시공사와 감리, 하도급 업체, 불법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18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줄줄이 입건했다.
이 가운데 신축공사 현장 설계를 무단 변경, 사고를 야기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3명과 하도급 업체 2명, 감리 1명 등 6명을 구속 송치했다.
또 현대산업개발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11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 중에는 하원기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포함됐다. 나머지 1명은 관련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불송치했다.
붕괴 원인과는 별개로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토지 매입업체 대표 등 2명과 철거업체 관계자 2명을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위반, 배임수증재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매입업체 대표는 아파트 부지를 매입한 뒤 이전등기를 생략했고, 철거업체로부터 억대 현금과 수천만원의 법인카드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현산 "전면 철거하겠다" 약속했지만…피해는 여전히
사고 발생 4개월 만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총 3700억원을 투입,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8개 동을 전면 철거하고 재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시공 되는 날까지 입주예정자들이 인근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지원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대책안에는 주거지원비 1000억원, 중도금 대위변제 금액인 1630억원 등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현산이 계약금에 대해서만 지연보상 배상금을 산정해 배상금액이 현저하게 적어졌다며 반발, 상경 시위를 벌였다.
당시 이승엽 화정동 아이파크 비상대책위원회장은 "주거지원 대책안은 협의가 아닌 일방적 '통보'다"며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손해 배상 책임이 현산에 있음을 확약할 것 △중도금 대출 이자 발생과 입주지연배상금 지급에 대한 책임을 질 것 △현 주거지원 대책 철회와 의향서 접수 등 절차 진행을 중단할 것 △대표이사와 관계자는 사죄할 것 △납득 가능한 주거 지원방안을 새로 제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후 입주예정자들은 지난 10월 현산과 주거지원 협약을 체결, 현산이 대신 상환하는 중도금에 대해 지체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 인근에 위치한 상가 65곳에 대한 피해보상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상가들은 붕괴사고 발생 직후 현재까지 정상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홍석선 피해대책위원장은 "한 달 최대 30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상가와 관련한 서구청, 현산의 관련 대책은 무소식이다"고 말했다.
붕괴사고 현장 인근 피해 상가 주상복합건물은 1997년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 규모로 조성됐다. 지하 88개·지상 83개 상가에는 화훼·문구·완구·스포츠용품 등 도매상이 입점해 있다. 문구·완구도매상가는 지상 1~3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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