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위권 한국 기업은 16개로 전체 3%에 불과했다. 전체 27%를 차지하는 중국(136개사)과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미래 유망 신산업 분야에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도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우주항공, 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한국 기업은 찾아볼 수가 없다. 포천이 분류한 21개 업종에서 우리 기업이 진출한 업종은 전자·반도체, 금융, 자동차 등 8개에 불과하다. 미국은 19개, 중국 15개, 일본과 프랑스도 13개에 이른다.
한국 대표기업이 특정 업종에 편중된 것은 비단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는 일이지만 심각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기 글로벌 업계의 미래 업종 선점 경쟁은 후끈 달아오른 지 이미 오래다. 언제까지 익숙한 분야만 고집하며 제자리걸음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래 첨단분야 기술 수준(2020년)은 미국의 60% 선이다. 우주항공, 양자 기술이 각각 미국의 68%, 62%였다. 중국이 각각 83%, 90%인 것과도 비교된다. 전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50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의 주력 반도체 시장보다 크다. 긴 안목으로 기술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해졌다.
신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기업 책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빈약한 경제토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득권 카르텔의 저항과 이에 영합한 정치권의 무책임은 신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앞을 가로막았다. 이런 측면에서 기획재정부가 우주탐사, 양자기술, 모빌리티, 미래 의료 등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21일 공개한 '신성장 4.0' 전략은 의미가 크다.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약속한 인재 육성, 규제혁신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급망 재편기 새 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맞춤형 정책을 요청했다. 지금은 민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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