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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팩 열풍, 증시와 함께 침묵...무더기 청산 이어져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6 13:27

수정 2022.12.26 13:27

한때 한국 '서학개미' 끌어모았던 스팩 열풍 붕괴
IPO 멈추고 합병 기업 못찾아, 청산 급증
미국 스포츠 베팅 기업 드래프트킹스 로고.AP뉴시스
미국 스포츠 베팅 기업 드래프트킹스 로고.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한국에서 ‘서학개미’들에게 인기였던 미국 증시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연말들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증시 침체로 상장이 어려운데다 새해에 도입되는 세금 때문에 해가 바뀌기 전에 스팩 청산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스팩들이 최근 급격히 청산되고 있다며 스팩 투자 열풍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도했다.

스팩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은 우선 돈을 모아 스팩을 만들어 증시에 상장한 다음 자금 모집 당시 목표로 밝힌 실제 기업을 2년 내에 합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복잡한 절차 없이 비상장 우량기업을 손쉽게 상장기업으로 만들 수 있고 투자자들 역시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
지난해 미국과 한국의 개인투자자(개미)들은 공식적인 상장 및 공모보다 손쉽게 신규 상장주를 얻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스팩 투자에 열광했다. 지난 2년간 약 300개의 회사가 스팩을 통해 상장했다.

스팩은 기한 내에 목표 기업을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절차를 밟아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 WSJ에 따르면 이달 들어 약 70개 스팩들이 청산 이후 투자금 반환을 시작했다. 이는 스팩 시장 역사상 전체 청산 건수 합계보다 많은 숫자다. 스팩 설립을 주도한 세력은 이달 청산과정에서 6억달러 이상 손실을 봤고 올해 전체 손실액은 11억달러(약 1조4036억원)에 이른다. 스팩 청산 관련 손실액은 올해 1·4분기에 약 1000만달러였으나 3·4분기에 1억9000만달러로 늘었고 4·4분기에는 9억달러로 치솟았다.

미 투자은행 컨설팅업체 므두셀라 어드바이저의 존 차차스 공동 대표는 “사람들이 부를 얻는 환상적인 수단으로 여겼던 스팩이 이제는 독이 든 성배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WSJ는 올해 미 증시가 위축되면서 신규 상장 자체가 줄었다며 스팩을 세우고도 2년 안에 합병 계약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설립된 스팩 가운데 상당수는 내년 상반기에 합병 기한이 돌아온다.

또한 미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의하면 스팩으로 상장한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는 올해 4·4분기 기준 평균 4억달러였다. 이는 스팩 투자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해 평균(20억달러)에 비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기차 기업 루시드, 스포츠 베팅 기업 드래프트킹스 등 스팩으로 상장했던 기업들 대부분이 올해 나쁜 실적을 거뒀다. WSJ는 스팩 우회상장 기업을 추적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 들어 70%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문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자사주 매입시 1%의 연방세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세제안에 따르면 스팩 청산으로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행위 역시 자사주 매입으로 간주되어 내년부터 세금을 추가로 내야하며 그 결과 올해 청산 건수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미 시장조사업체 스팩리서치에 따르면 약 1000억달러의 자금을 모은 약 400개 기업들이 아직 합병 계약을 찾지 못했다.
현재 250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가진 스팩 약 150개는 합병 자체에 합의했지만 절차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미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마이클 오레게 교수는 계약을 찾지 못한 약 200개 업체가 합병 실패로 청산된다면 그에 따른 손실액이 2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WSJ는 앞으로 더 많은 스팩 설립세력이 청산에 나설 것이라며 차머스 팔리하피티야, TPG 등 월가 대형 투자자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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