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에서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누적 2억4800만명이 코로나에 걸린 것으로 추산된다는 방역당국의 내부 회의록이 지난 21일 유출됐다. 감염률이 17.56%에 이른다. 20일 기준 하루 신규 감염자가 3699만6400명이고, 중국 전체 인구의 2.62%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당국의 공식 발표를 취합하면 같은 기간 누적 감염자(무증상 제외)는 6만2601명, 20일(24시간)은 3101명에 불과했다. 모른 척 눈감아주기엔 차이가 너무 난다. 누적 감염자는 3960배, 일일 감염자는 1만1900배로 회의록 속의 감염자가 더 많다. 통계에서 납득할 수 있는 상식을 완전히 이탈했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더 가관이다. 논란이 발생하자 무증상 감염자를 발표에서 제외했고, 지난 25일부터는 일일 신규 감염 통계를 공표하지 않는다. 사인이 폐렴·호흡부전의 경우만 코로나 사망자로 집계하겠다고도 했다.
사회현상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라는 통계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채 감추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한쪽에선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자평을 내놓는다. 그러는 사이 환자는 갈수록 폭증했고, 의료용품은 부족했으며, 장례식장과 화장장은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최대 감염자가 나온 미국도 누적치가 1억명 수준이니 당황했을 법하다. 세계 전체 인구 79억7500만명 가운데 지난 3년간의 감염률은 8.15%(6억5000만명)에 그쳤는데 중국은 20일 만에 이를 뛰어넘었다. 중국 지도부의 식은땀이 느껴진다.
중국은 통계 신뢰도에 대한 외부의 의구심 때마다 '중국식'이라는 단어로 반박해왔다. '너희들 잣대로 통계조작이라고 치부하지 말라'는 의미다.
하지만 잦은 변명에 '중국 특색' 주장이 더 이상 세계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쩔 것인가. 단순한 감염자 집계도 이 지경인데 특수기법이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는 통계는 또 어떻게 포장해왔을까.
중국의 신뢰도 하락은 방역, 무역, 외교, 금융, 부동산, 교육 등 이미 전방위적이다. 세계는커녕 자국민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런데도 중국 지도부는 국민의 정부 신뢰도가 90%에 달하며, 이를 바탕으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룩하겠다고 강조한다. 실제는 아무도 지도부 자체를 믿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세계 1위 정부 신뢰도'라든지, '중국몽'은 꺼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다. 보기에 답답하고 안타깝다.
jjw@fnnews.com 정지우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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