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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시대에 수요 꺾여, 美 반도체 남아돌아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8 14:07

수정 2022.12.28 14:07

마이크론 등 주요 美 반도체 업계 재고 폭증, 사업 규모 축소
PC 등 반도체 필요한 소비자 전자제품 수요 급감
내년이면 과잉 재고 해소될 듯, 장기적으로는 수요 전망 밝아
지난 10월 27일 미국 뉴욕주 시큐러스에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에게 신공장 건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지난 10월 27일 미국 뉴욕주 시큐러스에서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에게 신공장 건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당시 없어서 못 팔았던 반도체가 이제는 남아돌고 있다. 재택근무와 재해 지원금 덕에 폭발했던 전자제품 수요가 경기 침체로 인해 급감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업계 관계자들을 미국 내 반도체 재고가 과거 2년에 걸친 팬데믹 기간 동안 부족했지만 지금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고착(엔데믹)되고 금리 인상 및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반도체가 필요한 전자제품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대해 “반도체 재고가 우리 목표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5위 반도체 기업인 동시에 미국 최대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다. 지난 21일 실적발표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9~11월 3개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7% 감소해 1억9500만달러(약 2471억원)의 손실을 냈다. 마이크론의 재고자산은 1일 기준 83억5900만달러 규모로 전년 같은 기간 48억2700만달러 대비 73.2%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재고 가운데 완성품 재고는 6억1000만달러에서 14억4900만달러로 2.7배 늘었다. 이에 마이크로는 내년에 직원의 10%를 줄일 계획이다. 스위스 UBS은행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업계의 재고는 중간치보다 40일치 이상 많으며 약 10년만에 가장 많다.

지난해 세계 매출액 2위였던 인텔 역시 실적 악화에 감원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인텔은 3년간 최대 100억달러의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외부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엔비디아와 퀄컴 역시 채용을 동결하기로 했다.

WSJ는 반도체 수요 감소에 주목했다. 미 PC 제조사 HP의 엔리케 로레스 CEO는 PC 재고 과잉상태가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달 투자자 회동에서 “현재 일반 소비자 제품군에서 재고가 많다”며 “재고 소진을 위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PC 업체 델 역시 지난달 발표에서 자체적으로 할인을 하지 않지만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상들이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일단 내년 안에 공급 과잉이 해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발표에서 내년 1월에는 재고 수준이 평상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예측했다. 마이크론의 메흐로트라는 고객사들이 내년 중반까지 재고수준을 적당한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며 같은해 10월에는 반도체 과잉 재고를 해결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반도체 기업들은 단기적인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고 봤다. WSJ는 반도체 업계에서 2030년 반도체 판매량을 1조달러(약 1267조원)로 보고 있다며 지금의 2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론은 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을 받아 뉴욕주 북부 클레이에 1000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한편 WSJ는 최근 재고 증가 현상이 신제품을 빨리 낼 필요가 없는 기업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주로 방산업체에 납품하는 미 반도체 업체 라티스의 짐 앤더슨 CEO는 “우리 제품은 15~20년은 간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이 금방 구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재고를 많이 쌓아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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